與 종부세 상위 2%부과 결론… 부자감세, '미친 집값' 부추기나

김이현 / 2021-06-18 19:54:18
與 정책의총서 찬반 '팽팽'…"문제는 집값" vs "중도층 지지 전략"
표결 통해 특위안 당론 채택…양도세 비과세 기준도 9억→12억
"퍼센트 기준으로 과세 표준 잡는 곳 없어…정책역행에 시장 혼란"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를 '집값 상위 2%'에만 부과하기로 결론내렸다. 4·7 재보선 참패 이후 부동산특위를 구성해 도출한 최종 합의안이다. 당내에선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서울 부동산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이다. 현행 세제로는 서울 아파트는 네 가구중 한 가구가 종부세부과 대상이다. 

그러나 부동산 민심이 돌아올지 의문이다. 종부세 부과 대상이 급증한 건 집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치솟은 '미친 집값'에 누구보다 무주택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세제 완화는 '집값 잡기'와 무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부추길 위험 마저 있다. 전체적으로 부동산 민심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세제 논의를 위한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18일 오후 정책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투표 결과 종부세·양도세 완화안 모두 과반 득표했다"며 "세제안 논란이 정리됐다. 특위안이 의원총회를 통해 민주당 안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종부세 상위 2% 적용, 양도세 비과세 상향 결정

민주당은 이날 오후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를 공시지가 '상위 2%'에만 부과하고, 양도소득세(양도세) 비과세 감면기준을 현행 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특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찬반이 엇갈려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는데, 결과에 따라 종부세·양도세 완화안을 당론으로 공식 추진키로 한 것이다.

상위 2%를 주택 가격으로 따져보면, 공시가격 11억 원선의 1주택자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시가로는 16억 원 가량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시세 15억 원(공시가 9억5000만 원) 수준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푸르지오(전용59㎡)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고 보유세에서 기존 종부세 금액인 23만 원이 줄어든다.

종부세 논란은 지난 4월 재보선 이후 불거진 뒤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 4.0 연구원 등에 속한 의원 63명은 특위안에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부자 감세'는 현 정부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찬성론자들은 실수요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경감은 중도층 지지 확산을 위한 전략이라며 내년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 깎아주면 표 돌아오나" vs "보유세와 집값 상승은 무관"

이날 의총 토론에 나선 진성준 의원은 "문제는 집값이지 세금이 아니다. 세금 부담은 집값 폭등의 결과일 뿐"이라며 "서울시 전체 390만 가구 중 집을 갖고 있지 않은 무주택 가구는 51%, 200만 가구다. 전국의 무주택 가구는 888만 가구다. 특위 안에 따라 종부세 면세 대상이 되는 주택 소유자는 9만여 명인데, 9만 명의 세금을 깎아주면 정말 100만표가 돌아오냐"고 반문했다.

특위안 찬성 입장인 박성준 의원은 "보유세를 강화하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보유세와 가격 상승은 크게 관계가 없다"며 "현행 종부세 고지 대상을 서울의 아파트만 따지자면 24.2%가 부과 대상으로 4가구 중 1가구꼴이다. 종부세의 기본 목적인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 제고'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UPI뉴스 자료사진]

"선거 의식해 정책 역행…과도한 행정비용 우려"

전문가들은 종부세가 금액기준에서 '상위 2%'로 정해진 데 따른 우려를 나타냈다. 기존 정부 방향에 역행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도 문제지만, 2% 적용이라는 근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행정비용만 낭비할 것이란 지적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세제의 경우 한 번 결정했으면 시장에서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 너무 성급하게 선거만 의식해서 내린 결정인 듯하다"며 "현 정부가 추진해오던 정책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심상찮은 시장 상황에 더 큰 혼란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1주택자 입장에서는 종부세 기준이 낮아져도 살아야 하는 집을 팔거나 팔아야 하는 집을 거둬들이지 않을 거고, 9억~12억 원 사이에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몰릴 가능성이 있지만 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과세 기준을 금액이 아닌 2%로 정한 것은 기존 세법 제도에 없는 방식인데, 과도한 행정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퍼센트(%)를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잡은 곳이 없다. 부동산을 매입하는 본인이 종부세 대상인지 아닌지 모르는 경우도 생기고, 조세법정주의에도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며 "양도세 기준 상향은 조세부담 감면이란 의미가 있지만 획기적인 수준은 아니다. 부동산 민심을 돌이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상위 2%로 종부세를 적용할 경우 가격이 억제될 수 있는 상한선이 없는 채 고삐 풀린 가격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보다는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에 가까운 방안"이라며 "금액 기준으로 가는 게 맞고, 상향할 경우 주택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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