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으로 보는 성평등 국격

장은현 / 2021-06-18 16:29:21
'페미니스트 대통령'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
'전원 남성' 참모진 구성해 스페인에서 회담
8명 중 5명이 여성 관료인 스페인과 대조적
청와대가 지난 17일 오전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회담 사진이 눈길을 끈다. 한눈에 좌우 비대칭이 두드러진다. 8명 중 5명이 여성인 스페인과 달리 한국 측 참모진은 남성 일색이다. 

▲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몬클로아 총리궁에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 등과 회담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는 지난 17일 공식 SNS를 통해 이 사진을 공개했다. 16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이 회담에서 양측은 '한-스페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하기로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회담 내용과 성과보다 눈에 띈 건 '참석자들의 성별'이다. 한국 측은 김용현 청와대 외교정책비서관, 박상훈 주스페인한국대사,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형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회담장 문 쪽에서부터 순서대로 앉아 있다. 7명 '전원 남성'이다.

스페인 측에서는 페드로 두케 과학혁신부 장관, 레예스 마로토 산업통상관광부 장관, 테레사 리베라 로드리게스 생태전환부 장관, 페드로 산체스 총리, 아란차 곤잘레스 라야 외교부장관, 카롤리나 다리아스 보건부 장관, 마누엘 데 라 로챠 총리실 경제수석, 엠마 아파리치 총리실 외교국장이 참석했다. 8명 중 여성 참모진이 5명으로 '과반'이 여성 관료였다. 테이블 가운데에는 후안 모로 주한스페인 대사가 착석했다.

이 사진은 해당 게시글의 '메인 사진'으로 배치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한국 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타파하고 성평등 인식을 높이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성평등 정책 간담회에서 "출발할 때는 30% 수준에서 출발해 단계적으로 임기 내 남녀 동수내각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진을 보면 아직 멀었다. 비단 이 사진 한 장만은 아니다. 현재 정부조직법상 18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임혜숙 장관까지 4명. 비율로 따지면 22%다. 지난해까지는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 장관이 6명으로 33%를 차지했지만 연말연시 개각으로 여성 장관 수는 4명으로 줄었다.

고위공무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여성의 공직 참여 비율은 더욱 낮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여성 비율은 8.5%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의 '유리천장'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것이다.

여성 고위직 공무원이 필요한 이유는 단지 수치적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성을 더 우대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성차별 역사가 반영된 남성 중심 사회에서 벗어난다는 의미가 크다. 여성도 국가 중책을 맡을 수 있다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루는 일이다.

애초 '남성의 영역', '여성의 영역'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재원을 발굴하는 데에 소극적이었던 것뿐이다. 

여성 할당 공약을 지키지 못한 와중에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우리 한국은 여성 기자들이 없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페미니스트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순간 기자들은 당황했고 회견장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거꾸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왜 한국 참모진엔 여성이 없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문 대통령은 대답할 수 있을까.

가부장적·남성 중심 이미지를 깨부수고 성평등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국격을 높이는 일이다. 

KPI뉴스 / 장은현 인턴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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