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펀드 전액보상 치고 나간 한투증권…고민에 빠진 판매사들

안재성 기자 / 2021-06-17 16:28:42
헤리티지·헬스케퍼 펀드 등 판매사, "분조위 결과 기다릴 것"
"이미 50% 선보상…금액 적은 한투증권 따라가긴 어려워"
대대적으로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중 규모가 큰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의 분쟁조정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독일 헤리티지 펀드·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영국 루프탑펀드 등은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 피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자사가 취급한 모든 사모펀드의 피해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전액보상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선언은 다른 사모펀드 판매사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전액보상을 따라가자니 부담스럽고, 마냥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만 기다리자니 "투자자 보호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일단 신한금융투자,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판매사들은 한국투자증권의 선언에 휘둘리지 않고, 분조위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가지급금으로 피해액의 일부를 선보상했으니 기본적인 의무는 이행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사모펀드 판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적극적인 보상이 가능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 한국투자증권이 자사가 판매한 부실펀드에 대해 전액보상을 결정했지만, 그 외 증권사들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자세다.[셔터스톡]

헤리티지·헬스케어 펀드 등을 판매한 A사 관계자는 "이미 투자자 피해액의 50%를 선보상했다"며 "그 이상의 보상에 대해서는 분조위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헤리티지 펀드를 판매한 B사와 헬스케어 펀드를 취급한 C사도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전액보상을 결정한 한국투자증권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6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부실 판매한 사모펀드 피해액을 전액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삼성젠투, 팝펀딩 등으로 총 판매 규모는 1584억 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에게 전액보상을 실시해 남은 보상금액은 805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사모펀드 판매사들은 피해자들에게 가지급금으로 피해액의 50% 가량씩 선보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품 구조가 복잡한 사모펀드 등은 본래 손실금액이 확정된 뒤 보상하는 게 원칙"이라며 "아직 손실금액이 미확정 상태임에도 피해자들에게 가지급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판매사들이 고객보호를 위해 할 만큼 했다는 의견이다.

하나은행은 판매금액 약 1100억 원의 헬스케어 펀드와 헤리티지 펀드(510억 원), 루프탑 펀드(258억 원), 영국 신재생에너지 펀드(535억 원) 등의 피해자들에게 피해액의 50%를 선보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3800억 원 규모의 헤리티지 펀드를 판매했는데, 지난해 피해자들에게 50% 선보상을 실시했다.

127억 원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를 취급한 신한은행은 피해액의 80%를 선보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전액보상을 결정한 것과 관련,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사모펀드 판매 규모가 얼마 되지 않아 부담 없이 전액보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판매사들은 전액보상을 함부로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후일 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고객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의 움직임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대로 분조위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영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환매중단된 사모펀드는 총 1669건으로 집계됐다. 환매중단 규모는 총 6조8479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라임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 100% 보상이 결정됐다. 디스커버리 펀드도 최근 IBK기업은행의 분조위 결과가 나와 피해액의 40~80% 가량씩 순차적으로 보상될 전망이다.

그러나 다른 사모펀드들은 아직도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며, 절차가 매우 느리다. 피해자들이 선보상 이상의 보상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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