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주말엔 동거남 집으로…홀로 방치돼 숨진 구미 여아

김혜란 / 2021-06-04 20:37:40
3세 살인 혐의 김모씨 판결문에 드러난 학대 정황
빵·우유 놓아두고 방치…5개월 간 빈집에 홀로 지내
김씨 징역 20년…법원 "피해자 두려움 가늠 안 돼"

경북 구미에서 숨진 3세 여아는 길게는 사흘 가까이 빈집에 홀로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3세 여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4일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김 모(22)씨는 집에 빵, 우유 등을 남겨놓고 사흘 가까이 아이를 홀로 둔 것으로 나타났다.

▲ 구미 3세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언니 김모(22)씨가 4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김씨에 대한 판결문에는 아이가 장기간 학대당하다가 먹을 게 없어 굶어 숨질때까지 참혹했던 과정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9년 11월 전 남편이 집을 나간 뒤 빌라에서 혼자 아이를 기르던 김씨는 다음 달 현 남편 아이를 밴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이듬해 3월 현 남편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근무하는 낮에만 아이를 돌봤다. 남편이 퇴근한 시간대와 공휴일에는 원래 살던 빌라에 아이를 홀로 둔 채 집을 비웠다. 남편과 시간을 갖고 싶다는 등 이유에서다.

월∼목요일 저녁에는 마들렌 빵 6∼10개, 죽 1개, 200㎖ 우유 4개가량을 안방 텔레비전 근처에 뒀다. 아이가 배가 고프면 알아서 먹도록 한 것이었다.

아이는 우유 1개 정도만을 남긴 채 대부분 먹은 상태로 자거나 방에 머물러 있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평일보다 많은 양을 두고 나왔다가 월요일 아침에 돌아갔다.

처음 방치될 무렵 생후 24개월로 추정된 아이는 5개월간 빈집에 이렇게 혼자 지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10일 저녁 빵, 우유 등을 놓아두고 빌라를 나온 뒤 아이를 더 이상 찾지 않았다. 출산이 임박해 몸이 힘들어서다.

빌라 아래층에 사는 부모 등 지인에게도 아이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출산 후 아이가 굶어서 숨졌을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무서움에 아이를 찾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는 아이가 홀로 남겨져도 잘 울지 않는다는 점과 스스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 없이 아이를 빌라에 방치하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먹을 것 하나 없는 곳에 홀로 방치된 어린 피해자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장시간 겪었을 배고픔과 외로움, 두려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합의부(이윤호 부장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숨진 아이 친모로 살다가 유전자(DNA) 검사에서 언니로 밝혀진 김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160시간 이수와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을 명했다.

검찰은 징역 25년과 취업제한명령 10년 및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단발머리에 파란색 장갑을 끼고 재판정에 들어온 김씨는 고개를 숙인 채 판결문을 듣고 퇴정할 때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숨진 여아 친모로 살아왔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DNA 검사에서는 외할머니로 여겨온 석모(48)씨가 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석씨가 자기 아이와 딸 김씨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구속기소했으나 석씨는 출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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