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준 "의혹에 뒷받침되어야 팩트가 되고 사건이 되는 것"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 씨 사건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다만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정민 씨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술'이라고 말했다.
표 소장은 지난 18일 자신이 진행하는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모든 가능성을 좁히면 세 가지다. 타의에 의해 밀어 넣어진 타살. 사고사. 스스로 들어간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친구 A 씨, 혹은 제3자가 개입됐다면 그도 한강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신 사람들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술이 야기하는 두 가지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표 소장은 "알코올이 어느 정도 소화 가능한 양 이상으로 섭취되면 대뇌에 올라가 가바수용체란 곳에 알코올 분자가 붙게 된다. 그러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라든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며 "마치 조증처럼 다양하게 과잉행동이 나오게 되고 감정도 격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소뇌가 위축돼 균형이 잘 잡히지 않고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다. 몸에 근육에 대한 조절능력도 상실하게 되고 비틀거리거나 헛디디는 현상, 또 기억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음주가 있었고 음주 상태에서 상호간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 이게 관건인 사건"이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정민 씨가 실종된 당일인 지난달 25일 새벽 4시 40분쯤 한강공원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일행 7명이 한강으로 들어가는 남성을 봤다고 제보해 이들을 조사했다.
이 중 한 명이 "사람이 (한강에) 들어간다"고 말해 나머지 4명이 같이 목격했고, 다른 목격자 2명은 이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머리 스타일과 체격을 토대로 입수자가 남성이라고 추측했다. 이들은 응급 상황이라 판단하지 않아 경찰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목격자들의 진술에 대해 정민 씨 아버지 손현 씨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손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갑자기 오늘 새로운 목격자 얘기가 속보로 나오고 사방에서 연락이 왔다"며 "목격자 존재도 황당하지만 새벽에 옷 입고 수영이라니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썼다.
그는 앞서 '물을 싫어했던 정민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정민 씨가 평소 물을 싫어해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가도 혼자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목격자 진술과 관련해 표 소장은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는 CCTV 등 영상장비다. 지금 그것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인데 목격자가 나왔다"며 "유족 측에선 극구 부인한다. 물을 싫어하는 아들이 자발적으로 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여기서 알코올의 영향이 개입돼 평소 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된 것이냐의 의문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관이 없다면 아마 이 남성은 손정민 씨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목격 진술이 정민씨와 맞닥뜨려질 수 있는지 추가로 확인돼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표 소장은 친구 A 씨가 내놓은 입장문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 씨의 3시40분 쯤부터의 행적이 여전히 묘연한 가운데, 정민 씨와 당시 함께 있던 친구 A 씨와 관련해 출처가 불분명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됐다.
이에 A 씨는 지난 17일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대표 변호사를 통해 "술에 취해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표 소장은 "A 씨 입장에서 내놓을 수 있는 입장문일 뿐이고 이걸 하나하나 분석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사실 저는 피해야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손정민 씨가 가장 큰 피해자고 유족 분이 가장 아프다. 의심스러운 정황에 대해서 A 씨에 대해서 원망도 쏟아내고 그럴 수 있다"며 "하지만 만약 이 사건이 A 씨의 의도적 행동이 전혀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면 A 씨도 상당히 커다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찰 출신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사안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19일 김 위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의뢰' 커뮤니티에 "손 군 사건과 관련해 약간의 우려가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시다시피 진상 파악을 위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성 허위사실이 난무하고 있다"며 "그 내용의 실체를 따라가 보면 애초부터 근거가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쓴 소설이고 미확인 사실을 추정으로 판단한 것들이다.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에 불과한 것"이라며 "의혹에 뒷받침되는 근거가 나와야 비로소 팩트가 되고 사건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손 군의 가족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은 당연한 것"이라며 "들어보면 일반인의 상식적인 판단을 넘어선 일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기하는 의혹 외에 확인도 안 된 말을 섞어서 유포하는 제3자의 행위는 잘못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현혹되어 기정사실인 양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하는 것은 진짜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손 군의 부검에서 사인이 익사가 아닐 경우 볼 것도 없이 타살이라고 생각했다"며 "다툼의 흔적이 있을까 싶었지만 손 군과 손 군 친구의 몸에서는 사안을 판단할만한 흔적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어 "물론 갑자기 물로 밀치는 경우가 있었다면 다르겠지만 늘 말씀드렸듯이 살해라면 그 동기가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에서는 만에 하나 타살로 판단이 된다면 그 동기가 되는 것들을 이미 수집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기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전직 경찰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경찰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여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경찰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극복하여야 할 것이고 언젠가 그리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외압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면 저부터 그냥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법적인 처벌과 도덕적 책임도 구분해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비난 가능성과 범인인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사안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어떤 형태로건 결론은 날 것이고 그래도 납득이 안된다면 제3의 기관을 통해서 재검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절대 부화뇌동(附和雷同, 뚜렷한 소신 없이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을 뜻하는 말)해서는 안 된다"며 "이 사건은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 폭풍에 휘말리면 안 된다"라며 본인 역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 A 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실종된 손정민 씨는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실종 현장과 근접한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 씨의 사인은 부검 결과 익사로 추정됐다.
경찰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A 씨의 휴대폰 수색을 이어가며 CCTV와 블랙박스, 목격자 조사 등을 통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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