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당한 후 단둘이 술 마셨다고 "진술 신빙성 배척 못해"

권라영 / 2021-05-17 11:27:02
대법, 파기환송…"사건 수습 위해 할 수 있는 행동"
1심 유죄였지만 2심은 단둘이 술 마셨다며 무죄 판단
성추행 피해자가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와 단둘이 술을 마시는 등 '피해자다움'을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장한별 기자]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2016년 12월 대학 동기인 피해자 B 씨 등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숙소에서 잠든 B 씨의 몸을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B 씨가 사건 이후에도 A 씨와 단둘이 술을 마셨으며, 2년여가 지난 뒤에 고소한 점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당시 대학 친구들과 함께 A 씨의 입대 전 기념으로 여행을 갔고 함께 숙식했다"면서 "이러한 정황과 관계를 감안하면 피해자로서는 추행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A 씨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자연스러울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두 사람이 단둘이 술을 마신 것을 두고는 "피해자는 해명을 듣고 사과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면서 "친하게 지냈던 A 씨로부터 잠결에 추행을 당한 피해자로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A 씨가 사건 발생 직후 입대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2년이 지나서야 고소에 이른 경위를 수긍할 만하다"고 했다. 아울러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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