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부의장 "예상 웃돌지만, 일시적"…IB들도 "일시적 요인 커"
"이르면 연말 테이퍼링 시행…금리인상 시기 앞당겨질듯" 전망도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4% 넘게 뛰면서 '인플레이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기저효과에 반도체 등 공급 부족 및 원자재 가격 급등이 가세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이라고 판단될 경우 조기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은 4월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일단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 회복과 함께 수요 측면에서 억눌렸던 '펜트업 소비'가 살아나면서 고물가가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7월 테이퍼링 논의에 나서고, 연말에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Headline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3.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CPI는 전월 대비로는 0.8% 올랐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Core CPI)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0% 및 전월 대비 0.9%로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예상치는 각각 2.3%, 0.3% 수준이었다.
4월 소비자 물가 상승 폭은 전월 대비 2.0% 오른 상품가격이 주로 견인했다. 상품가격 상승은 중고차(10.0%) 부문이 주도했다. 서비스가격은 항공요금 등 운송(2.9%) 및 숙박(7.6%) 부문의 급등에도 지수 내 비중이 높은 임대료가 비교적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0.5% 오르는 데 그쳤다.
연준은 물가 상승세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주최 심포지엄에서 "4월 소비자물가 상승 정도가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라서 놀랐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공급간 미스매치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국고채 금리는 오르고 주가는 금리 상승 부담 등으로 하락했다.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인플레이션 기대 강화 등으로 1.6%대 후반을 기록하면서 상당 폭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기업수익 압박, 연준의 완화정책 축소 우려 등으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2% 안팎 급락했다. 달러인덱스는 90.8 수준으로 올랐다.
13일 국내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1.83% 급락해 3103.88까지 밀리며 3100선이 위협받았다. 이후 전 거래일 대비 1.25% 내린 3122.11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이날 장 초반 1133.3원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은 이후 상승 폭을 줄여 전 거래일보다 4.6원 오른 1129.3원에 마감했다. 장중이긴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까지 오른 것은 지난 4월 1일 이후 처음이다.
"연준, 오는 7월 테이퍼링 논의 및 연말 시행 가능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대체로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기저효과, 주요 서비스 업종의 경제활동 재개, 반도체 등 주요 원자재의 공급 차질 등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4월 CPI 상승은 숙박·항공운임 등 코로나19 민감 부문 및 중고차 부문이 주도했으며 이러한 일시적 요인에 따른 리플레이션이 늦여름까지 지속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팽창하는 것을 가리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월 근원 CPI는 경제활동 재개 및 공급 부족 등 일시적 요인에 주로 영향을 받으며 전월 대비 기준으로 1981년 이후 최고,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는 199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숙박·항공운임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각각 17.7%, 4.9% 하회하는 점, 최근 중고차 가격 상승 폭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CPI 상승 압력 지속 예상한다"면서 "다만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주거 비용 등의 상승세는 다소 둔화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중 미국의 근원 CPI 상승률이 지속해서 2%를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헤드라인 물가는 시장 컨센서스(2.6%)보다 높은 연간 3%~3%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연준은 오는 7~8월 중 테이퍼링 논의 후 9월 점도표 상향 및 테이퍼링 발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조 연구원은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AIT)를 시행하는 만큼 물가는 지켜볼 가능성이 높고 고용의 질적인 부분을 회복하는 내년 3분기 말 정도부터 테이퍼링을 시행하고 금리인상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테이퍼링은 시행 자체보다도 논의가 더 중요한데, 논의는 앞당겨져 오는 7월에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4월 미국 물가상승률이 서프라이즈로 나오면서 단기자금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연말까지 금리인상을 무조건 한 번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면서 "연준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말하지만 근원 물가도 같이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로달러선물 시장은 내년 12월 연준의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을 80%로 예측했다. 미국 CPI 발표 이후 인상 예측 시기는 2023년 5월에서 내년 12월로 빨라졌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조기 긴축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물가는 당분간 기저효과, 경제 정상화 등으로 높게 나타나다가 5월 정점 찍고 내려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은 테이퍼링 관련 명분은 있을 것이고 오는 8월께에 테이퍼링을 언급한 이후 빠르면 연말 혹은 내년 초에 테이퍼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물가 상승과 관련해 수요 측면의 지속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어 금리인상은 앞당겨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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