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 미비점⋅향후 규제효과 실효성 등 종합 고려해 판단
시민단체 "쿠팡 특혜…공정위가 사익편취 감시하지 않겠다는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이유로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의장은 가까스로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했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오는 5월 1일자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29일 밝혔다.
기업집단으론 지난해 64개보다 7개 증가했다. 신규 지정된 회사는 쿠팡,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화재보험, 중앙,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엠디엠, 아이에스지주 등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규모 내부거래·비상장회사 중요사항·기업집단 현황 등을 공시할 의무와 주식 소유 현황을 신고를 의무가 생긴다. 총수일가에 대해선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된다.
무엇보다 쿠팡의 동일인 지정을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INC의 지분 10.2%를 보유한 4대 주주지만, 차등의결권을 적용받아 의결권 비중은 76.7%에 달해 총수로 지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질적으로 쿠팡을 지배한 김 의장이 총수 지정을 피해가면 외국인 특혜라는 지적과 쿠팡에 대한 감시가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미국법인을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확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동일인으로는 지정하지 않았다.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 현행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미비한 점, 어느 쪽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든 현재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의 정의와 요건,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 등 제도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연구용역 등을 통해 구체적인 제도화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존에 제기돼 온 '외국인 특혜'라는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지분이 4.46%에 불과한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의 경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까지 내려놓았음에도 영향력을 고려해 2017년 동일인으로 지정됐다"며 "누가 봐도 실질적 지배자인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쿠팡 특혜이자, 사익편취를 감시하지 않겠다는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사익편취 규제와 형사처벌 등 법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총수들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내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빌미로 동일인 지정 자체를 흔들어 재벌 규제의 근간을 없애려는 시도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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