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킹메이커 역할하려는 의도 작용" 분석
야권 통합 거부감 표출…당 영향력 견지 해석도
막말 공방, 구태 이미지 부각·재보선 민심 배신
"함께하면 흥(興)하는데, 갈라서면 흉(凶)해지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정치역정을 압축한 말이다. 한때 멘토를 해줬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는 원수가 됐다. 대선·총선때 도왔던 박근혜·문재인 전·현 대통령과도 앙금이 깊다. 이번엔 제1야당과 틀어졌다.
지난해 3월 공개된 김종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 그는 저서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들어오고 나갈 때의 태도가 다르다더니, 인간적인 배신감마저 느꼈다"고 토로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 2번에 배치돼 '셀프 공천' 비난이 거셀 때 문 대통령이 침묵한 걸 꼬집은 대목이다.
그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놓고 사이가 벌어졌던 박 전 대통령과 만났던 일도 적었다. 참모 9명을 대동하고 나온 박 전 대통령을 두고 "정치가 동네 건달들이 힘자랑하는 놀이터도 아닐진대 이건 대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김종인도, 주호영도 문제"…당권 놓고 엇갈린 이해관계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당을 떠난 뒤 거의 매일 '친정'을 향해 총질을 해대고 있다. 악담과 독설, 저주 등 다양하다.
20일 보도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선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을 직격했다. "안철수를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려던 사람"이라며 "그 사람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는 것이다. "나한테는 차마 그 말을 못 하고 뒤로는 안철수와 작당을 했다"고도 했다. '작당' 표현에는 모멸감이 풍긴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가 '건방지다'고, 국민의힘은 '아사리판'이라고 헐뜯었다. 왜 이렇게까지 뒤끝이 작렬하나. 지난 1년 동안 제1야당을 이끈 리더가 본인 아닌가.
당안팎에선 김 전 위원장은 물론 주 권한대행 등 국민의힘 지도부도 문제라는 지적이 적잖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김 전 위원장은 4·7 재보선에서 압승한 만큼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당대표로 추대돼 전국위원회에서 인준받기를 내심 원했다"며 "그러나 그런 움직임이 없으니 마음이 많이 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디 나 없이도 잘하는가 보자'는 자만심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의 '인색한 인물평'을 탓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의 눈에는 다 한심하고 형편없는 정치인들 뿐이다. 안 대표는 김 전 위원장 눈 밖에 난 뒤 한번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주 대행은 이날 "김 전 위원장이 오해한 것 같다"며 '작당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주 대행이 '안철수 후보 만들기'를 실제로 추진했다는 얘기가 퍼져 있다. 주 대행이 차기 당대표를 노려 김 전 위원장과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주 대행은 일축했으나 당 지도부 출신 중진과 함께 안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밀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안 대표가 당선돼야 '김종인 대표 추대론'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킹메이커 역할 노린 원려 작용…당 영향력 견지 포석도
김 전 위원장이 차기 대선에서 킹메이커 노릇을 해보려는 원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의 친정 때리기에는 '대권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관심을 이미 표명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TV조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새로운 정치 세력을 갖고 출마하면 그 자체가 대통령 후보로서 준비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외부에 큰 대통령 후보가 새로운 정치 세력을 갖고 대통령에 출마하면 국민의힘이 같이 합세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인터뷰에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된다"고도 했다. 새 정치 세력을 부각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폄훼한 셈이다. 독자 정당을 통해 '윤석열 킹메이커'를 하는 구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비친다.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의 조언이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중진들에 대한 적대감을 표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국민의당과 합당하지 말라는 당부를 무시하는 주 대행이 타깃이 된 이유다. 당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김 전 위원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중진과 달리 초선그룹은 김 전 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다. 김 전 위원장도 지난 13일 '초선 대표론'으로 화답했다.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당대표로)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는 것이다. 초선그룹은 원내 101석 중 55%인 56석을 차지한다.
서로 침뱉기, 꼰대·구태정당 이미지 되살리며 재보선 민심 역행
국민의힘과 김 전 위원장이 '막말'을 주고 받는 건 서로 침뱉는 격이다. 특히 중진들이 앞장서는 건 당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행태다.
김 전 위원장이 장제원 의원을 향해 "홍준표 꼬붕"이라고 하니 장 의원은 "김종인 꼬붕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즉각 반격했다. 나아가 한술 더 떠 "간교한 훈수이자, 저렴한 거간"이라며 날을 세웠다.
'꼰대'·저질·구태정당 등 부정적 이미지가 되살아나는 양상이다. 2030세대와 중도층에겐 '극혐'이다. 보수 재건 기회를 준 재보선 민심을 저버리는 일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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