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시가총액 기대·경영권 방어 용이 등 고려
거래소 코스피 요건 완화 등 기업 유치 노력 최근 쿠팡이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두나무, 마켓컬리, 코이뮨 등 다른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들도 잇달아 미국행을 추진하고 있다.
나스닥 등 미국 증시는 성장성을 높게 인정해 주기에 쿠팡 같은 적자 기업도 무사히 상장에 성공, 시가총액 100조 원의 글로벌 대기업으로 떠오를 수 있다. 또 차등의결권을 보장해 경영권 방어가 용이한 점도 미국 증시의 장점이다.
한국거래소는 유니콘기업들의 미국행을 막기 위해 코스피 상장 요건을 완화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코인베이스 상장 지켜보는 두나무…시총 100조 기대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이 나스닥에서 시총 100조 원을 넘나들 만큼 대성공을 이루면서 유니콘기업 다수가 미국 증시를 두드리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마켓컬리,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핑크퐁'과 '아기상어' 등의 캐릭터로 유명한 콘텐츠기업 스마트스터디 등이 나스닥 상장을 적극 검토 중이다.
바이오기업들도 미국행 준비에 한창이다. SCM생명과학과 제넥신이 미국 현지에 설립한 합작벤처 코이뮨, GC녹십자랩셀,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등이 직·간접적으로 나스닥행을 추진 중이다.
나스닥 등 미국 증시의 최대 장점으로는 성장성을 높이 쳐주기에 쿠팡처럼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다는 점, 아울러 미래 성장성에 따라 막대한 자금 수혈이 기대된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로 쿠팡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언택트 트렌드를 타고 지난해 매출(13조5000억 원)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이익은 내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5963억 원, 당기순손실 5366억 원을 기록했으며, 작년까지 누적 적자가 약 4조5500억 원에 달한다.
때문에 본래 코스피에서는 상장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오히려 더 큰 시장인 나스닥에서는 훌륭하게 상장에 성공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과거 실적을 주로 보지만 미국은 미래 성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면서 "나스닥 등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미래를 적극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오는 14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라 두나무 상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두나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200억 원으로 추정돼 코스피 상장 시의 시총은 1조5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4640억 원에 불과한데도 나스닥에서 100조의 시총을 기대받고 있다.
미국 금융평가사 DA 데이비슨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발간한 리포트에서 코인베이스의 목표주가를 195달러 44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길 루리아 DA 데이비슨 연구 책임자는 "코인베이스는 총 2056억 주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시총이 900억 달러(한화 약 100조8360억 원)를 기록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코인베이스의 주가 흐름을 지켜봐야겠지만, 두나무도 최소 10조, 많게는 100조의 시총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 특유의 차등의결권 제도도 경영자에게는 매력적이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일부 주주, 특히 창업자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이번 상장을 통해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갖는 클래스 비(Class B) 보통주를 부여받았다. 덕분에 김 의장은 최근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도 76.2%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장치"라면서 "국내에서는 1주당 하나의 의결권만 부여해 경영권 방어가 무척 어렵지만, 미국은 매우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상장은 곧 적대적 M&A의 리스크도 함께 불러 일으킨다"며 "유니콘기업이 상장 후 경영권 방어로 고심하지 않게 하려면, 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나라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이다.
다급해진 한국거래소, 코스피 상장 요건 완화
유니콘기업 다수가 미국행을 추진하면서 다급해진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코스피 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먼저 시총 1조 원이 넘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현재 실적이 적자거나 아예 자본잠식 상태여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과거에는 쿠팡이 코스피에서 상장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가능하도록 바꾼 것이다.
또 경영성과 선택요건 중 '시총 6000억 원 이상 및 자기자본 2000억 원 이상' 항목을 '시총 5000억 원 이상 및 자기자본 1500억 원 이상'으로 낮췄다.
코스피 상장을 위해서는 '영업활동 3년 이상 및 자기자본 300억 원 이상'이라는 기본 요건을 갖춘 뒤 총 5가지의 경영성과 선택 요건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혁신 기업이 국내 증시 상장에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게임업체 크래프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 등 국내 유니콘기업들을 연달아 만나 상장 유치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주관 금융사에 내는 수수료가 한국은 공모가 1%인 데 반해 미국은 5%"라면서 "법률·회계 자문 수수료도 한국은 10억 원 정도로 족한 반면 미국은 최소 1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증시 상장에 코스피 상장보다 최대 10배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며 "이런 점을 유니콘기업들에게 어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미국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까다로운 컴플라이언스와 이를 어길 경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리스크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했던 크래프톤은 8일 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코스피로 돌아섰다.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로 상장 후 몸값이 최대 30조 원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코스닥 상장을 노렸던 전자상거래업체 티몬도 코스피 상장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의 기업가치는 현재 2조 원대로 평가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시총 100조 성공 때문에 유니콘기업들 대다수가 두근거리는 상태"라면서 "경영권 방어도 미국 증시가 더 유리해서 결국 미국 증시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업은 대부분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코스피 상장 요건 완화 등의 노력은 오히려 미국행을 막는 것보다 코스닥 상장을 노리던 기업을 빼내오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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