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주주 달래려 중간배당 시사…무리한 경영 간섭에 실효성도 없어 금융당국은 도대체 왜 은행에 배당을 줄이라고 그렇게 압박했던 걸까?
요새 중간배당을 하겠다고 나서는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사들을 보면 올초 강력하게 배당축소 압박을 했던 금융당국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 은행지주회사·은행의 배당성향을 20.0% 이내로 유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권고 기간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간이다.
코로나19 여파로 L자형 경기침체가 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 자본을 더 축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대출 등 부실이 본격화될 위험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배당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KB·하나·우리·농협지주는 배당성향을 20.0%로 맞췄다. 신한금융지주만 약간 높은 22.7%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5대 금융지주 모두 배당성향이 전년도에 비해 5%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문제는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사들이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는 점이다.
이익은 엄청 늘었는데 배당을 오히려 줄이니 주주들의 반발이 격해졌다. 그러자 5대 금융지주사는 뿔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중간배당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배당성향이 최소 30%는 돼야 한다는 게 일관된 생각"이라며 "주주들의 기대에 맞춰 분기 또는 반기별로 배당을 공급할 필요성이 커진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중간배당을 시사했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주주가치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음을 경영진 모두가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지주 회장도 "올해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지주는 지난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고, 우리지주는 자본준비금(별도재무제표 기준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옮겨 4조 원 가량의 배당여력을 확충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매년 중간배당을 해왔기에 올해도 확실시된다. NH농협금융지주도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나 중간배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중간배당은 오는 6월 이후여서 금융위가 내민 배당 축소 권고에 걸리지 않는다. 은 위원장도 "은행의 건전성이 더 나빠지면 한 번 더 살펴봐야겠지만, 회복되면 배당이 정상화돼야 한다"며 사실상 중간배당을 용인했다.
올해 은행 및 은행지주사의 이익은 대폭 성장이 기대되기에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는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익 전망치(증권사 평균)는 총 3조2416억원이다. 전년동기(2조8371억원) 대비 14.25% 늘어난 규모다.
이대로 가면 2020년 기말배당이 2021년 중간배당으로 옮겨갈 뿐이다.
그동안 5대 금융지주사 중 하나지주 외에는 중간배당을 한 적이 없었는데 금융당국의 배당축소 압박은 결국 금융지주사의 중간배당만 유도했을 뿐 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한 셈이다.
애초에 배당성향을 축소하라는 압박 자체가 무리한 요구였다. 금융당국의 주된 역할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검사와 건전성 감독이다. 이는 금융사의 자율경영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행사돼야 한다.
아무리 코로나19 여파가 우려된다 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금융지주사들에게 "배당성향을 확대하지 마라"도 아니고, "축소하라"는 요구는 과했다. 풍선의 한 쪽 면을 누르면, 반대쪽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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