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한데 본인 보수만 올리기도 대한항공이 내년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세계 7위 규모의 초거대 국적항공사가 탄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을 살려서 대한항공 품에 안기는데 조 단위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다. 지난해 11월 KDB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에 총 8000억 원을 투입했다. 채권단은 재작년에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 1조73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했다.
이렇게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초거대 국적항공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적합한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조 회장은 재작년 부친인 조양호 전 회장의 사망으로 급작스럽게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대한항공 사장이었지만, 특기할 만한 경영 성과를 낸 적은 없었다. 여러 차례 사고를 쳐 구설에 오른 '흑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2000년 6월 교통법규 위반 뒤 단속 경찰관을 치고 뺑소니를 했다. 2005년 3월에도 난폭운전 후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저질러 입건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세청에 소환돼 상속세 탈루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땅콩 회항', '경비원 폭행' 등 잦은 사고를 냈는데, 조 회장도 만만찮다.
경영 능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대한항공의 2019년 영업이익은 2619억 원에 그쳐 전년(6403억 원) 대비 59.1% 급감했다. 매출액도 2.5% 줄었다. 당기손익은 624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가 전년보다 4392억 원 폭증했다. 조 회장이 취임하자 대한항공 실적이 뚝 떨어진 것이다.
실적 부진은 작년에도 이어졌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95억 원으로 전년보다 57.5% 줄었다. 조 회장 취임 후 1년여 만에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매출액(7조6062억 원)은 40% 줄었으며, 291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업황이 최악이니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는 했다. 그런데 조 회장은 이런 와중에 본인의 보수는 크게 올렸다. 지난해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서 17억3200만 원, 한진칼에서 13억6600만 원 등 총 30억98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재작년(18억9300만 원)보다 63.7%나 급증했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지난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지냈다. 대한항공 직원 1인당 평균 연봉(6818만 원)은 15.6% 줄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종사 등 여러 직원들이 대거 무급휴가에 들어가면서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한 직원들이 많다"고 했다.
이런 터에 조 회장의 보수만 급증했으니 여론이 좋을 리 없다. 국민연금과 기업지배구조 관련 민간 연구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에 대한 지배력은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이 최근 해체되면서 조 회장의 지위가 한결 튼튼해졌다.
지난 26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찬성률 82.84%로 통과됐다. 조 회장은 한진칼뿐 아니라 대한항공에서도 대표이사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뒷받침이 컸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주총과 뒤이은 한진칼 주총은 모두 산은의 뜻대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에 찬성했다"며 "다만 조 회장이 독단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는 충분히 뒀다"고 밝혔다. 한진칼 주총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이사회의 동일 성(性) 구성 금지, 이사회 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위원회 설치 등 산은의 제안은 모두 통과됐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부실이 심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사실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들은 우려가 크다"며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오너인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제일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과연 조 회장이 세계 7위 규모의 초거대 국적항공사 CEO를 맡을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한진그룹은 오너 경영을 고집하다가 세계 7위권 해운사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전력이 있다. 이래저래 조 회장의 자질 논란, 자격 시비는 쉽게 사그라들것 같지 않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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