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北 때리고, 北은 南 때리고…한반도 긴장 고조

허범구 기자 / 2021-03-30 08:52:22
백악관 "바이든, 김정은 만날 의향 없어"
美 국무 "북 도발, 한·미·일 결의 못 흔들어"
김여정, 문 대통령 미사일 발언에 "경악"
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후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열 받은 북한은 미국에 이어 우리 정부에도 화풀이하는 모양새다. 북·미, 남북 간 갈등이 맞물리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준비돼있다고 했는데 여기에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것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나는 그(바이든)의 접근방식은 상당히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리고 그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의 직접 만남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선호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보톰업' 방식의 실무 협상을 통한 절충 없이 정상 간 만남부터 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는 또한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이는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 위에 조건한 것이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비핵화'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 외교 및 동맹과의 조율을 통한 해법 모색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위반이며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일반적 원칙으로 어떤 도전과제에 대처할 경우 동맹과 조율할 때 훨씬 좋은 위치에 있을 수 있다며 이는 북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유엔 안보리의 다수 결의를 위반하고 해당 지역과 더 넓은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규탄한다는 미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이번 시험이 주권국가의 자위권에 해당하고 유엔 안보리 소집 움직임을 '이중기준'이라고 반발했다. 미국은 그러나 탄도미사일 시험이 안보리 결의상 금지 대상임을 재확인하면서 3국의 긴밀한 조율과 한 목소리를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30일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발언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한 연설과 앞서 작년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 방문 발언을 비교하며 '철면피'라고 성토했다. 문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여정(앞줄 왼쪽 두 번째)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함께 지난 1월 12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1월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 부부장은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어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고 비꼬았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북한이 25일 발사한 '신형전술유도탄'을 '탄도미사일'이라고 사실상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김여정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 '뻔뻔스러움' 등의 험구로 공격한데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미사일 대응에 반발하는 가운데 나와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북한이 임기 말의 문재인 정부와 더는 관계 개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직거래하는 쪽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막 출범한 터라 북·미 간 강 대 강 대치와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로 발표해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되면서 그동안 일해왔던 조직지도부에서 선전선동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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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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