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野후보 흠집내기 골몰…부산 '암 환자' 비유도
산더미처럼 쌓인 고소·고발장…네거티브 공방 지속 "말 한마디 잘못으로 얼마나 많은 표를 잃을 수 있는지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난 25일 선대위 회의에서 던진 경고의 메시지다. 각종 막말 스캔들이 불거진 지난 21대 총선의 악몽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한 단속이었음에도 하루 만에 허사가 됐다.
오세훈 후보는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또 다시 "중증 치매 환자"라는 표현을 썼다. 2019년 10월 광화문 집회에서 우리 경제가 올바르게 가고 있다는 문 대통령을 겨냥해 "중증 치매 환자 넋두리 같은 소리"라고 연설한 것을 여당이 문제삼자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며 문제의 발언을 재언급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입조심' 당부도 제동은 걸리지 않은 모양새다. 오 후보는 그러면서 "집값을 올려놓은 것은 100% 문 대통령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당선되고 싶으면 입이나 닥치라"며 "이 인간은 아예 개념이 없다. 당에서 막말 주의보 내렸다더니"라고 일갈했다.
막말은 국민의힘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연일 거친 언사가 쏟아지고 있다.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이날 부산을 '3기 암 환자'에 비유해 논란이 됐다. "부산은 3기 암환자 같은 신세다. 3기 암환자는 요즘 수술과 치료를 잘하면 충분히 살고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산시민뿐 아니라 실제 암 환우와 그 가족에게 상처가 될 거란 비판이 나왔다. 굳이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비유의 도구로 이용해야 하냐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변인이었던 정태옥 전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과 같은 '지역 비하' 발언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전날엔 김영춘 후보 캠프의 남영희 대변인이 라디오에 나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가족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을 제기하면서 독설을 쏟아냈다. 그는 "박 후보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아니면 헤어지고 지금 새롭게 살고 있는 부인과, 또 성(姓)이 다른 처자식에 대해서는 선 긋기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박 후보 측은 "김 후보 측이 박 후보 가족을 파괴하고 인격을 파탄 내는 저급한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는 범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선거전이 정책 경쟁은커녕 그야말로 네거티브 공방으로 오염되고 있다.
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이날까지 여야 후보간 고소·고발장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민주당은 오세훈, 박형준 후보를 모두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시 강남 내곡동에 위치한 처가 소유의 땅을 셀프 보상해놓고 "땅의 존재와 위치를 알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후보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부인 건물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측은 지난 23일 배우자의 도쿄 아파트에 대해 '야스쿠니 뷰', '토착왜구'라 발언한 성일종·김도읍·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및 후보자 비방·모욕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도 정면대응에 나섰다. 박형준 후보 측은 "조강지처를 버렸다"고 막말한 남 대변인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황보승희 의원은 민주당 안민석 의원을 "근거도 없이 비방한다"라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다고 했다. 오세훈 후보 측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후보 비방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매 선거때마다 쏟아지는 '막말·네거티브'가 이번 재보선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일부 지지층 결집을 위한 막말, 네거티브 공방은 오히려 대다수 유권자의 정치 피로감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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