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에 2차 가해 논란
민심 외면하며 편가르기로 지지층 결집
"선거 다 이겼다"는 이해찬 오만도 역풍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 전 시장을 극찬했다.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A 씨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가진 지 엿새 만이다. 임 전 실장은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고 자문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의 청렴성을 평가하며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은 호텔 밥을 먹지 않고 날 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였다"고 떠올렸다.
임종석,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에 2차 가해 논란
A 씨는 회견에서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며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향해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A 씨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렀던 3인방(고민정·남인순·진선미 의원)을 내보내는 등 성추행 추문의 불씨를 진화하는데 주력했다. 박 후보는 A 씨에게 거듭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을 적극 두둔하며 되레 A 씨에게 2차 가해를 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참여와 자치의 공간으로 변한 주민센터, 찾아가는 동사무소에서도 박원순의 향기를 느낀다"고 했다. "박원순은 진취적인 사람이었다"며 "글로벌 리더들과 열띠게 토론하던 그의 모습도 그립다"고도 했다. 아울러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 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넣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A 씨가 절감했던 '그분의 위력'을 임 전 실장이 조목조목 부각한 셈이다.
친여 지지층 결집 전략…여성·중도 표심엔 역효과
임 전 실장의 도 넘은 '박원순 감싸기'는 4·7 서울시장 보선을 위해 친여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낮은 보선 투표율을 감안할 때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불러모아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탓에 치러지는데다 민심은 여전히 싸늘한 상황이다. 결국 국민 속이 뒤집어지더라도 선거를 위해선 편가르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게 임 전 실장 의도로 비친다.
그러나 이런 '집토끼 몰이' 전략이 약보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2030세대는 젠더 이슈에 민감하다. A 씨 회견을 계기로 반여정서가 확산되면서 이들이 민주당에 등돌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게 여론조사 추이다. 여권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꼽히는 '이·여자'(20대 여성)의 지지율이 반토막났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임 전 실장 발언은 2030세대의 반감을 더욱 자극할 공산이 크다. 중도층 반발도 예상된다. 집토끼 몰이에 나섰다가 산토끼를 내쫓게 되는 격이다.
"선거 다 이겼다"는 이해찬의 오만과 독설도 역풍
구원투수로 등판한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언행도 도마에 올랐다. 박영선 후보에게 득보다 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 만만치 않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19일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을 정조준하며 "(서울 선거에서) 거의 이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의 낙관론은 여론조사상 박 후보 지지율이 야권에 크게 밀리자 여권 지지층을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지지층이 패배감에 빠져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을 최악으로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중도층을 떠나가게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며 이탈하는 중도 성향 유권자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오만한 태도로 당에 악영향만 끼친다", "중도 표심을 얻는데 걸림돌" 등 역풍을 지적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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