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보고 비건 결심…몸 더 가벼워져"
"식물성 음식만 먹어도 영양소 부족하지 않아" "비건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고기 많이 먹어놓고 왜 이제 와서 채식을 하냐, 골고루 먹어야 한다, 심지어는 남자가 무슨 채식이냐는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비건 식단이 가장 결점이 없는 식단이고, 사람에게 가장 맞는 식단이라고 생각해요."
보디빌더 겸 트레이너 이도경(27) 씨는 비건이다. 비건이란 채식주의자 가운데서도 동물성 식품을 아예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고기는 물론이고 해산물, 달걀과 같은 난류,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도 먹지 않는다.
채식과 보디빌더라는 조합은 생소하다.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식단의 단백질 비율을 높여야 한다. 단백질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십중팔구 닭가슴살과 같은 고기류, 또는 달걀흰자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소위 '몸 만든다'는 식단에 빠지지 않는 음식들이다.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의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만난 이도경 씨 역시 매일 식단 관리를 하느라 닭가슴살을 10㎏씩 구매하는 평범한 보디빌더였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두 편이 그의 생각을 바꿨다.
"지난해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과 '더 게임 체인저스'를 보고 사람 몸이 초식동물에 더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후에 운동생리학과 스포츠영양학을 다시 보니 그동안 의문이었던 것들이 확실히 이해되더라고요."
그러나 당장 비건이 되자니 문제가 있었다. 냉장고 속에 이미 사놓은 동물성 식품들이 너무 많았다. 이 씨는 대신 하루에 한두 끼를 식물성 식품으로만 구성해 봤다.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느낌도 들었고, 운동할 때도 어지럽거나 숨이 차는 게 훨씬 덜하더라고요. 이게 맞구나, 싶었죠. 채식 비율을 80%까지 올렸다가 준비하던 대회를 2주 앞두고 완전 채식을 해 봤어요."
비건을 실천하는 중에 나간 보디빌딩 대회에서 그는 2위를 차지했다. 그때 '이게 정답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바로 비건을 시작하는 데는 부담이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을 플렉시테리언(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는 채식주의자)으로 지내다 지난 추석 때, 본격적으로 비건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아버지께서 당뇨가 있으세요. 당뇨가 있으면 동물성 단백질이 더 몸에 안 좋으니 같이 한번 끊어보자고 말씀드렸는데 한번에 바뀌시기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먼저 보여주겠다고 했죠."
그렇게 비건이 된 지 어느새 5개월이 훌쩍 넘었다. 이 씨는 "1월부터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근육을 키우는 데 전혀 문제가 없고, 살을 빼는 데도 문제가 없다"면서 "육식을 했을 때보다 인상도 좋아지고 성격도 더 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채식을 하고부터는 컨디션 회복도 더 빨라지고 잔병이 없다. 건강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환경이나 동물권을 떠나 오로지 건강 측면으로만 봐도 채식이 가장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특히 고기를 먹지 않으면 부족한 영양소가 있을 것이라는 시선에 대해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도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콩과 잡곡밥, 또는 브로콜리와 오트밀 조합을 추천했다.
"식물성 식품 하나하나만 봤을 때는 가용성 단백질이 부족할 수 있지만, 한 음식이 다른 음식과 만나면 부족하지 않아요. 또 공부를 해보니 청국장이나 낫토, 템페처럼 콩을 발효시키면 단백질의 질이 좋아진다고 해서 그렇게도 자주 먹고 있어요."
인터뷰 중 이 씨는 직접 싸 온 도시락을 소개했다. 도시락에는 콩을 넣은 잡곡밥과 방울토마토,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당근, 방울양배추, 그리고 콩고기가 들어있었다. 그는 콩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고기가 그리워서 그러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저는 직업 특성상 식사의 칼로리를 계산해야 해요. 콩고기는 칼로리를 측정하기도 쉽고, 지방이 적어서 선택한 거예요. 지금은 한우 100만 원어치 준다고 해도 안 먹어요. 동물성 단백질에는 콜레스테롤이 있어요. 고기가 맛있을 수는 있어도 많이 먹게 되면 고콜레스테롤혈증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죠."
이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비건 보디빌더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계정 '베지빌더'에는 운동 사진, 영상과 함께 비건 식단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직장에서도 저 혼자 비건이라 별명이 '닥터 브로콜리'가 됐어요. 아직 한국에는 비건 헬스, 비건 피트니스가 정착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인스타그램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를 통해 채식에 대한 많은 분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으면 좋겠어요."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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