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통 해체, 남북군사합의 파기 연급…美 향한 경고도
전문가 "북미간 기싸움 시작돼…대미 압박의 의도 담겨"
북한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3개월 이상 이어지던 긴 침묵을 깼다. 지난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장 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내놓은 것이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종료와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강한 비난 담화를 내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담화는 김 부부장이 여전히 대남 및 대외 관계를 맡고 있다는 걸 보여줌과 동시에 한미 양국에 공개적인 입장을 내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담화가 나온 시점에 주목한다. 한미 간 '외교·국방 2+2 장관 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한 비난 어조에 비해 한미를 향한 절제된 압박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한미훈련을 '적대적인 전쟁연습'이라며 비난한 뒤, 경고 성격의 몇 가지 '조치'를 언급했다.
먼저 북한의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을 정리할 수 있다고 했으며,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기구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 조평통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어그러진 뒤 활동이 위축된 상황이다. 지난 2019년 8월 실체를 알 수 없는 '대변인'의 담화 이후 조평통 위원장이 누군지도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상실됐다. 금강산국제관광국의 경우도 북한 당국의 독자적 개발 계획에 따라 남측과의 사업을 접은지 오래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평통, 금강산 국제관광국 폐지 문제가 이미 김정은 총비서에게 전달됐고, 곧 결정하게 될 것임을 암시했지만 건의 상태인 점에서 실제로 단행할지는 미지수"라며 "이들 기구의 폐지는 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상징적 압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또 담화를 통해 '남북군사분야합의서' 파기까지 시사했다. 그는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감히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전 김여정의 담화에 비해 절제된 담화로 보인다"면서 "남북군사합의 파기는 이미 작년 6월 담화에서 언급을 한 바 있는데, 이번 담화에서는 대책에 대한 예견 수준의 경고에서 멈췄다. 당장 조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화 뒷부분에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도 있다. 미국의 새 바이든 행정부를 처음 언급한 것으로, "4년간 발편잠(편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담화가 남측보다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전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 안보협의위원회(SCC)(2+2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여러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공개적 대답이라는 것이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남측에 보다 확실한 경고는 군사적인 행동인데 그런 것을 암시하는 얘기는 없었다"면서 "담화를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남한보다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다. 북미간에는 일종의 기싸움, 협상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사이에는 이미 전략적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서로간의 입장들이 확인이 된 상태"라며 "북한이 미국과 대적해 나가기위해서는 중국의 도움과 지지가 절실하기 때문에 미중 간 알래스카 담판을 지켜본 뒤, 구체적인 대미정책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교수도 "대화와 교류를 통한 협력의 길로 갈 것인지, 제재와 반인권을 통한 대결의 길로 갈 것인지 양자택일하라는 대미 압박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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