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앙은행과 검찰의 중립성이 중요한 이유

UPI뉴스 / 2021-03-11 16:10:01
신제도학파의 문을 연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노스는 제도는 인간의 상호작용을 형성하는 게임의 룰이며 결국 마음이 만드는 구조물, 즉 인식의 산물로 보았다. 어느 사회이건 게임의 룰을 정하는 논의는 구성원들의 큰 관심대상이 된다.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두 가지 제도 이슈가 있다. 국회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어 온 이른바 핀테크와 빅테크 관련 지급결제제도를 둘러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논의, 그리고 검찰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그것이다.

필자가 공부했던 미 워싱턴대에서 법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을 강의하며 제도는 인식의 산물이라고 한 노스의 제도관을 새삼 떠올려 보면서 금번 논쟁이 결국 인식의 문제라는 생각을 해본다.

본질적으로 이 두 사안은 우리 사회가 중앙은행과 금융을 바라보는 인식, 그리고 검찰과 법집행(law enforcement)을 바라보는 인식에서 그 논의의 단서를 찾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공교롭게도 중앙은행과 검찰은 제도적 위상 면에서 공통 분모를 지니는 기관들이다. 여러 관점과 각국의 입법례가 있겠으나 중앙은행과 검찰은 대통령의 직접 통제하에 놓여 있지 않은 독립적 전문 행정기관 내지 준사법기관이라는 것이 설득력 있는 견해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 장(長)의 임명은 비록 대통령이 하지만 임명된 이후에는 업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는 기관들이다. 근대적 국가 형성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독립적 전문 국가기관들이 창설되어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사안들을 다루게 된 것은 동 기관들이 입법부 또는 선거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내각에 비해 특정 공공 영역에 대한 전문성 및 규제과정의 신축성과 법집행의 역량 등이 뛰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동 기관들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한다. 의회가 이러한 독립적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동 기관의 결정에 대한 직접적 통제를 줄임으로써 그 기능이 순수한 공공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불편부당하게 행사되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Beauty is in the eyes of the beholder(아름다움이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논쟁이 되고 있는 금융과 사법 부문에서의 제도변화 이슈는 중앙은행과 검찰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로 귀결됨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금융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주체로서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며 금융시장을 일상적인 활동무대로 하고 있는 중앙은행이 금융의 흐름 그 자체인 지급결제시스템을 관장하는 것은 태생적이고도 본질적이다.

날로 진화,고도화,디지털화하고 있는 지급결제업무를 전문성과 경험 및 독립성을 지닌 중앙은행이 총괄하여 맡음으로써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과 공공 이익, 그리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성과의 제고에 부합하게 됨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검찰제도의 변화 또한 법집행의 최종적인 주체로서 판결을 이끌어내며 법정이 일상적인 활동무대인 검찰의 전문성과 경험 및 독립성을 전제로 제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검찰제도 변화 논의가 공공 이익과 사회적 성과 제고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진지하고 신중히 살펴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과 검찰이 조직으로서 지니는 지적 자산과 경험(institutional memory)이 사회적 성과 제고로 이어지도록 하는 제도 설계와 운영에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하겠다.

이들 기관이 갖는 조직으로서의 인적역량(institutional capability)을 전제로 이에 합당한 책무와 수행수단의 신축성을 부여하는 것이 사회적 성과 제고에 긴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제기된 이 두 가지 제도 이슈 논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염원해 보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와 번영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변화를 모색하는 입법부의 현명한 역할이다.

또한 제도변화의 근본적 동인은 바로 인식의 변화라는 점에서 인식을 타깃으로 하고 인식의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교육의 올바른 역할은 늘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점차 가까이 느껴지는 약동하는 봄을 기다리면서 우리 사회의 제도변화, 그리고 인식의 변화에도 사회적 성과 제고를 향한 봄바람이 함께 불어오기를 충심을 담아 기대한다.

▲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부실장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부실장,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법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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