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징계 감경, 윤종원 현 '실세 행장'의 힘?

안재성 기자 / 2021-03-02 15:49:45
경제수석 지낸 윤종원 기업은행장, 중기부 이관도 막아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 의지는 강경하다. 그 서슬에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줄줄이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애초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도 그럴 처지였다.

그런데 경징계로 바뀌었다. 지난달 5일 금감원 제재심은 김 전 행장에 대한 징계수위를 '주의적 경고 상당'으로 낮췄다.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가 제재심에서 경징계로 감경한 것이다. 제재심에서 징계 감경, 특히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내려간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금융권에선 그 배경으로 윤종원 현 행장의 힘이 작용한 것이란 얘기가 회자한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윤 행장은 정·관계에 인맥이 두터워 기업은행의 중소벤처기업부 이관도 막아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실세 행장'으로 불리고 있다.

▲ 윤종원 기업은행장. [기업은행 제공]

금감원은 지난달 5일 열린 제재심에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및 라임자사운용의 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 김 전 행장의 징계를 '주의적 경고 상당'으로 결정했다. 사전통보된 중징계가 경징계로 바뀐, 드문 사례다. 박정림 KB증권 사장도 직무정지에서 문책경고로 징계 수위가 낮아지긴 했으나 중징계는 유지됐다.

금융당국의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의 다섯 단계로 나뉘는데, 금융권 재취업이 3~5년 간 제한되는 문책경고 이상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김 전 행장의 징계 감경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경징계로 내려간 데는 윤종원 현 기업은행장의 힘이 컸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비록 전 행장이라 해도 중징계는 기업은행 전체의 불명예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염려한 윤 행장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 제재심에서 실세 행장의 영향력이 윤 원장을 눌렀다는 시각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설령 제재심에서 중징계가 유지되더라도 결국 금융위원회에서 감경됐을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고 했다. 금감원의 금융사 징계는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와관련, 윤 행장은 "전 행장에 대한 징계 감경과 관련해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윤 행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권뿐 아니라 재계 역시 문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윤 행장에게 접근한 사례가 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에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거물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했다.

작년 한 때 떠들썩했던 기업은행의 중기부 이관을 막아낸 것도 윤 행장의 힘이라는 설이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파다하다.

지난해 중소기업 지원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은행의 관할 부처를 금융위원회에서 중기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왔다. 민주당은 176석의 거대 여당이라 마음만 먹으면 관련 법안은 통과시킬 수 있다.

이에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소매금융도 꽤 하는 상황에서 중기부 이관은 문제가 있다"며 반대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돌연 민주당에서 관련 움직임이 멈췄다. 중소기업중앙회 출신으로 기업은행의 중기부 이관을 꾸준히 주장해온 김경만 민주당 의원이 물러선 것이다.

김 의원은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내 "기업은행 이관은 깊이 있는 연구와 이해 당사자 간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의원실 차원에서 발의 자체를 추진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실세 행장의 파워를 보여준 사례로 금융권에 회자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행장이 직접 김 의원에게 연락해 부탁한 것으로 안다. 중기부 이관이 자신의 불명예가 될 것을 우려한 듯 하다"고 귀띔했다.

윤 행장은 이에 대해 "김 의원에게 연락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실세 행장이 정치권의 외풍을 막아낸 것 같다"며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서 기업은행에 쏠리던 과도한 부담도 윤 행장이 줄였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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