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500억 경전철 패소 용인시, 잘못된 협약으로 수백억 혈세 낭비

안경환 / 2021-02-18 10:54:43
연 200억 이상 운영보전비 깜깜이 지원…'혈세 퍼주기' 논란
용인시의회 유진선 의원 "지금까지 최소 500억 혈세 날려"

용인경전철 운영과 관련해 8500억 원을 물어줬던 경기 용인시가 이번에는 엉터리 협약 체결로 수백억 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연간 200억 원이 넘는 용인경전철 운영보전비를 '깜깜이'로 지원하고 있어 '혈세 퍼주기' 논란도 일고 있다.

 

▲용인경전철 차량 모습 [용인시 제공]


 어떤 협약에서도 찾을 수 없는  '원금 조기상환 금지'라는 독소조항 삽입

18일 용인시와 용인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2013년 7월 사업시행자인 용인경량전철㈜와 민간투자사업(BTO)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용인경량전철㈜는 한화손해보험과 농협생명보험, 한화생명보험, 흥국생명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등의 대주단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용인경량전철㈜는 협약에 따라 2042년까지 30년간 용인경전철 운영권을 갖는다.

용인경량전철㈜가 용인시와 협약을 체결하게 된 계기는 캐나다 '봄바르디어'사 등으로부터 건설비용 등을 투자받은 이전 경전철 운영사가 용인시를 상대로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했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소수입보장비율(MRG)을 놓고 운영사와 마찰을 빚던 용인시는 경전철 공사가 끝났지만 준공을 내주지 않다가 국제중재법원에 피소돼 건설비 등 7786억 원의 손실 원금과 운행 지연금 등 모두 8500억 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용인시는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방법으로 5100억 원을 마련했지만 나머지 배상금을 마련하지 못해 용인경량전철㈜에 운영권을 넘기고, 나머지 갚아야 할 배상금을 지원받는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용인경량전철㈜의 대주단인 한화손해보험과 농협생명보험 등 SPC 관계사들은 농협은행이 운용하는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을 통해 2863억 원을 용인시에 제공, 배상금을 갚도록 했다.

용인시, 매년 40억 넘는 이자 추가 지급

문제는 용인시에 제공한 2863억 원에 대한 이자율(투자신탁 수익률)이다. 협약안에 따라 4.97%의 이율을 적용하자 고금리 논란이 일었고, 2017년 1월 당사자간 다시 협의를 벌여 금리를 3.57%로 낮췄다.

이 과정에서 새 금리가 적용되는 2017년 1월부터 2022년 말까지 '원금 조기상환 금지'라는 독소조항을 삽입했다.

이는 용인시가 2016말  8500억 원의 배상금을 다 갚아 언제나 이용가능한 '경기지역개발기금' 등의 이용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경기지역개발기금'은 지자체 등이 지역개발 사업시 연리 1.5%로 이용할 수 있는 기금이다. 경기도가 정부지원금과 지역개발채권 발행수익금 등으로 조성해 운용하는 데, 2021년 그 규모가 1조59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시는 '조기상환 금지'라는 독소조항 때문에 지난 한 해에만 투자신탁 운용사인 농협은행에 원금 95억 원(전체 잔금 2129억 원)과 이자 76억 원 등 171억 원을 상환해야 했다.

이자율을 지역개발기금의 1.5%로 적용할 경우 지난해 이자는 32억 원 정도여서, 44억 원이 추가로 지급된 셈이다. 이를 기금을 이용할 수 있었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적용하면 추가 지급이자가 176억 원이 되고, 독소조항이 적용되는 2022년까지는 약 264억 원 정도의 혈세 낭비가 진행될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만일 계약 만료 기간인 2042년까지 독소조항이 이어진다면 약 1144억 원 정도의 혈세를 낭비하게 된다. 


보전해줘야 할 액수도 모른 채 경전철 운영사에 매년 200억 넘는 보전금 지급 

이 같은 상황에서 시는 매년 200억 원이 넘는 경전철 '운영보전비'를 용인경량전철㈜가 경전철 관리를 위탁한 '네오트랜스'사에 지급하고 있다. 

운영보전비는 비용보전방식(SCS) 협약에 따라 책정된 매년 최대 280억 원에서 네오트랜스가 경전철을 통해 벌어들이는 총수입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지원하는 형태다. 

하지만 영업비밀을 이유로 네오트랜스가 영업이익이나 총수입 등의 기본자료조차 시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네오트랜스는 매년 경영공시를 하고 있으나 용인경전철과 신분당선 등 자신들이 운영하는 다른 사업의 경영지표와 병합해 발표, 용인경전철을 통한 실제 총수익 등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용인시는 얼마를 보전해줘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매년 200억원이 넘는 혈세를 네오트랜스에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시는 궁여지책으로 책정된 관리운영비 가운데 자체 확인이 가능한 운임수입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만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에 따라 지난해의 경우 시는 책정된 286억 원 중 운임수입 73억 원을 제외한 216억 원을 지원했다.

용인시의회 의원, "보전비 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 제공해야"

이와 관련, 용인시의회 유진선 의원은 "조기상환 금지는 재원이 있어도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도록 한 불평등 조항으로 어떤 계약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정상정인 계약 아래 지역개발기금으로 갈아타면 매년 수십억 원의 이자가 절감되고, 여기에 운영보전비 중 광고수입을 추가로 합산할 경우 지금까지 최소 500억 원 이상의 혈세가 절약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네오트랜스 측에 기업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게 아니라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이 지원되는 만큼 최소한 시에 총수입을 확인할 수 있는 기본자료라도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불평등 조항이긴 하지만 시행사 측과 협의 과정에서 금리를 최대한 낮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이자율을 더 낮추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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