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때맹키로 어디 댕기지 말고 내년에 마카모예"…웃픈 설풍경

권라영 / 2021-02-10 14:22:12
직계가족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집에 못 가요"
VR안경 쓰고 가상공간서 차례 지내는 '언택트 설' 확산
통신3사 설 연휴 동안 영상통화 무료 제공
'올 설에는 어디 댕기지 말고 내년 설에 마카모예('모두 모여'의 강원 사투리)', '야야~ 올해는 너거끼리 쉬라. 코로나 잡거든 온나', '올 설 명절은 오지 말고 영상통화로 혀라'.

설 연휴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는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문구들이 걸렸다. 지역 간 이동이 늘어나고 만남이 많아지면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완전한 두절'은 아니다. IT(정보기술) 세상에서 '언택트 설'의 아쉬움을 달래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백발 할아버지는 VR(가상현실)안경을 쓰고, 코로나19가 침투할 리 없는 가상공간에서 손자,손녀를 만나고, 휴가를 나가지 못하는 장병은 부모님에게 영상편지를 띄운다. 영상통화도 급증할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연휴 기간 영상통화를 무료 제공한다.

▲ 지난 4일 충북 청주 서원구 한 도로에 고향 방문 자제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부모님 사시는 동네에도 가족과 만남을 자제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더라고요. 그 얘길 하면서 오지 말라기에 알았다고 했어요. 어차피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에 걸리기도 하고요."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이번 설을 홀로 보낼 예정이다. 지난해 추석에도 집에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에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발목을 잡았다. 동생 2명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김 씨는 세대가 분리돼 있어 집을 방문한다면 거주지가 다른 5명이 모이는 상황이 된다.

김 씨는 "명절을 두 번이나 함께하지 못해서 좀 아쉽기는 하다"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집에서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쉬다가 설 당일에 부모님과 영상통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은 이들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국민들에게 영상통화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통신사들과 합의했다. 통신3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알뜰폰 이용자도 가능하다.

결혼 후 첫 명절을 맞는 A(29) 씨도 친정과 시댁 모두 안부전화만 드리기로 했다. A 씨는 "친정은 멀고, 첫 명절이라 근처에 사시는 시부모님과 식사라도 함께 할까 했는데 시부모님이 만류하셨다"면서 "남편과 떡국을 끓여 먹으며 기분이나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정병혁 기자]

발걸음이 가볍진 않지만 고향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대한 조심하는 모습이다. 50대 이모 씨는 이번에 가족들을 집에 남겨두고 홀로 어머니께 향한다. 평소 명절에는 형제 중 한 명이 어머니를 모셔왔지만, 올해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로 어느 집도 모실 상황이 되지 않았다.

이 씨는 "형제들이 모두 4~5인 가족이라 서울에는 어머니가 계실 곳이 없고, 수도권 환자 비율이 높아 찜찜하다는 말도 나왔다"면서 "영상통화를 몇 번 시도했는데 혼자서는 어려워하셔서 얼마 전 선제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제가 대표로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초년생 B(26) 씨도 본가를 찾는다. 그는 "지난 추석엔 가지 않았고 설에도 고민했는데, 오래 함께 산 반려견이 병을 앓고 있어 내려가기로 했다"면서 "다른 친척들은 만나지 않고 강아지와 함께 집에만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KTX는 표를 반만 팔아서 빠르게 매진되는 바람에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했다"면서 "고향에 가는 것도 자제하는 분위기인 데다 공항 이용객들은 모두 '설캉스(설과 바캉스의 합성어)'를 가는 것처럼 보도되니 사정을 다 아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연휴 계획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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