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가습기살균제 무죄, 과학적 방법론 무지했기 때문"

권라영 / 2021-01-19 17:21:08
한국환경보건학회 "어떤 과학자도 결정론적으로 말하지 않아"
이규홍 박사 "판결문에 인용된 증언, 취지와 다소 다르게 인용"
"과학의 영역과 법적 판단의 영역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 19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판결 관련 전문가 기자회견에서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권라영 기자]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은 1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일제히 최근 법원이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관계자 등에게 무죄를 내린 것은 과학적 방법론에 무지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성균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한국환경보건학회 부회장)는 이 자리에서 "과학적 방법론은 존중돼야 한다"면서 법원이 동물실험 결론에 대해 기획이 의도적이며, 해석이 편향됐다고 본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한국환경보건학회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회는 "CMIT/MIT 성분이 PHMG 성분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제하고 실험할 수 있다. 가설이기 때문"이라면서 "과학의 일상은 이 가설을 검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MIT/MIT가 어떤 독성을 일으키는지 선행연구가 충분하지 않았고, 이를 규명하기 위한 의도는 연구목적으로 타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상 어떤 과학자도 결정론적으로 A가 B로 말미암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종교와 신앙의 영역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면서 "전문가의 영역은 주어진 정보나 현안에 대해 학문적 역량과 견해에 따라 종합적인 판단을 개인의 명예를 걸고 의견서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이규홍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의 입장문도 낭독됐다. 그는 "판결문의 많은 부분에서 저의 증언을 인용했지만, 증언 취지와는 다소 다르게 인용됐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과학자들은 통상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서 "이는 현재 정설로 이야기하고 있는 가설은 항상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질문을 마우스(쥐)실험을 가지고 사람에게서 천식이 일어난 것을 100% 증명할 수 있는가라고 하지 않고, 실험결과로 CMIT/MIT가 마우스에서 천식 유사증상을 일으켰는가라고 한다면 분명히 그러하다고 증언했을 것"이라고 했다.

▲ 19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판결 관련 전문가 기자회견에서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권라영 기자]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법론상으로 한계가 없는 무결점의 과학 연구에 따른 결과만을 진실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과학적 연구가 어떠한 방법으로 증명되는지, 연구자가 연구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는지에 대해서 재판부는 잘 모른다"면서 "과학자들은 언제나 이론적으로 반론 가능성이 있음을 의식하기 때문에, 단정적 표현은 과학자라면 피하는 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엄격한 증명을 다른 형사재판에서 같이 요구함으로써, 피고인의 변호인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의 과학적 연구에 있을 수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면 이는 곧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는 증명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돼서 무죄가 선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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