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의사 "어린이집 원장이 부모 몰래 병원 데려와"
"혼자 못걸을 정도로 영양상태 나빠…멍도 자주 들어"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가 사망 20여 일 전 방문한 소아과 의사의 신고에서도 학대 의심 정황을 명확히 설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소아과 의사 A 씨는 지난해 9월 23일 정인이가 병원을 방문한 직후 아동학대 의심 환자가 다녀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의사 A 씨는 정인이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점, 이전에도 아동학대 의심 신고 전력이 있었던 점, 어린이집 원장이 병원에 데리고 온 점 등을 설명했다.
A 씨는 특히 "오늘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온 보호자는 어린이집 원장님이다. 과거에도 경찰이랑 아동보호기관에서 몇 번 출동했던 아이라고 한다"며 "한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엄마 모르게 선생님이 저희 병원에 데리고 오셨다. 멍이 옛날에 자주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고 내용을 들은 경찰은 "나머지 부분은 담당자가 전화할 것"이라며 전화를 마쳤다. 이후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출동해 양부모와 정인이, A 씨를 상대로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했지만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해 아동학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6월에도 학대의심 신고를 접수했으나,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내사 종결'하거나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네 차례 정인이의 몸에서 멍과 상처를 발견했지만, 양부모의 해명만 믿고 모두 '문제 없음'으로 결론지었다.
결국 정인이는 A 씨의 신고 전화 후 약 20일 뒤 사망했다. 당시 정인이는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손상을 입은 상태였고, 쇄골과 갈비뼈 등 몸 곳곳이 골절된 흔적도 있었다.
이처럼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부실 처리한 경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세지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6일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경찰 최고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양천경찰서장을 이날자로 대기발령조치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양모 장 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양부 안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부부의 첫 공판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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