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3선 의원 출신 정희수, 생보협회장 내정된 이유

박일경 / 2020-11-26 15:33:30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차기 회장 단독 추천
기재위원장 지낸 협회장…정·관계 소통강화
"現 정부 'TK 홀대론' 의식한 금융권 TK 몫"
차기 생명보험협회 회장에 정희수(67) 보험연수원장이 내정됐다. 정치인 출신 생보협회장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그는 '친박'(친박근혜) 출신이다. 한나라·새누리당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를 기억하는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진작 '탈친박'해 이제 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새누리당 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으며 정권 창출에 일조했다.

짐작 가능한 배경은 '정치인 수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코로나19 피해 서민 정책금융 지원 등 문재인 정부 금융산업 정책을 금융당국 보다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가 주도하면서 정치인 출신 협회장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자살보험금 지급 사태와 같은 생명보험업계 최대 현안에 민간 출신 협회장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면서 업계 목소리를 정치권과 관가에 전달할 소통 창구가 절실해졌다는 설명이다.

생보협회는 2014년 이후 삼성생명 사장을 지낸 이수창 전 회장, 교보생명 사장을 역임한 신용길 현 회장 등 민간 출신 인사를 선임해왔다.

▲ 제35대 생명보험협회 회장에 내정된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생보협회는 26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2차 회의를 열고, 다음달 8일 임기가 끝나는 신 회장 후임인 제35대 협회장 단독 후보자로 정 원장을 선정했다. 회추위에는 삼성·교보·미래에셋·한화·NH농협생명 등 생보협회 이사회를 구성하는 5개사 대표가 참석했다. 

생보협회는 다음달 4일 총회를 개최해 정 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정 내정자는 임기가 1년 남은 보험연수원장직을 중도 사임하고 다음달 9일 취임한다. 임기는 3년이다.

전형적 TK 인사…자유한국당 탈당→2017년 대선 文캠프 합류

1953년 경상북도 영천군에서 태어난 정 내정자는 대구상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와 포스코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다 2008년 한나라당 경상북도당위원장을 맡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이어 경북 영천 지역에서 17·18·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19대 의원 시절인 2014~2016년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담당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TK(대구·경북) 인사다.

정 내정자는 2018년 11월 말 제17대 보험연수원장 내정 당시 취업 심사가 통과되지 않은 점이 밝혀지며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으나, 빠른 시간 내 상황을 수습하고 취임했다. 이번에 정 내정자는 2016년 5월 19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후 3년이 경과해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취업 심사 대상이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등 관료 출신 후보자들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지적을 받자 후보직을 고사하면서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거론돼 왔다"며 "현 정부 들어 비판받고 있는 'TK 홀대론'을 의식해 경제·금융계 수장 인사에 있어 TK 몫을 배려한 차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 2017년 4월 23일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후보 등 민주당 인사들과 기념촬영하는 정희수(왼쪽 첫번째) 전 자유한국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제공]

수년째 자살보험금 사태 겪으며 업계 피로도↑…힘 있는 협회장 요구 커져

2016년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을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압박에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자살보험금과 지연이자를 가입자에게 지급했다.

4년이 흘렀지만 생보업계에서 자살보험금 사태는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과 지연이자를 같은 해 한꺼번에 비용처리하고 세금을 냈지만, 국세청은 이후 세무조사를 통해 매년 세금을 계산해 내지 않고 한꺼번에 비용 처리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덜 냈다며 거액의 추징 세액을 부과했다.

이에 삼성생명을 비롯해 교보생명,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동양생명이 많게는 수백억 원을 납부했다. 생보사들은 국세청 추징세 부과에 불복, 조세심판원에 행정 심판을 청구했다. 오렌지라이프를 시작으로 신한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까지 환급 결정이 내려졌고 최근 삼성생명은 국세청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 내정자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경험과 정·관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보험업계 현안에 관한 업계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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