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분담이 아닌 전담 수준"…샤워시설 이용불가 형평성 논란

조채원 / 2020-11-25 17:20:12
서울형 정밀방역, 실내체육시설의 샤워시설 운영 금지
헬스장 등 업주들 "영업손실 큰데 고정비 지출 그대로"
"지금도 연기 신청을 한 회원이 절반이 넘는데, 샤워까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운영하라는 건가요?"

서울 도봉구에서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는 A 씨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첫날인 지난 24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1시 이후 운영 중단 때문에 오후 회원 수가 절반 가량으로 줄었는데, 샤워를 못하면 오전에 오는 회원들마저 줄어들겠다"며 "목욕탕·수영장은 되는데 왜 실내체육시설에선 샤워를 하지 말라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24일 오후 7시 30분경 도봉구의 한 실내체육시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평소 20명은 훌쩍 넘었던 수업의 회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조채원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에서 발표한 '서울형 정밀방역'에서 실내체육시설의 샤워시설 이용 중단 조치가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용도나 성격이 비슷한 시설 사이에 이용여부가 갈렸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의 운영을 허용하되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샤워시설의 이용을 금지했다. 그런데 이 조치에 샤워시설 이용 없이는 사실상 영업이 중단되는 수영장·목욕장업은 제외됐다. 즉 수영장은 실내체육시설임에도 샤워를 할 수 있다. 목욕장업 역시 목욕탕 내 발한실(한증막 등) 운영이 금지될 뿐 나머지 시설은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수도권 내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서는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 관리, 시설면적 4㎡당 1명 인원제한, 음식 섭취 금지, 21시 이후 운영 중단 등의 방역 수칙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서울형 강화조치에 따라 서울의 실내체육시설에는 샤워실 운영중단, 이용자간 2m 거리두기 등의 별도 조치가 더해졌다. 서울형 정밀방역의 시행 기간은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보다 긴 12월 말까지다.

서울의 실내체육업 운영자들은 "샤워시설 이용 중지는 체육시설 운영에 매우 치명적"이라고 호소한다. 실제로 샤워시설 이용이 금지된 시설들의 영업 손실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구의 헬스장 매니저 B 씨는 거리두기 시행 전날인 23일 "오늘 하루에만 30%가 넘는 회원들이 연기 신청을 했다"며 "인근에 직장이 많다보니 샤워시설 때문에 헬스장에 등록했던 회원들도 적지 않은데 지금은 신규 회원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수익은커녕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데, 고정비 지출은 그대로라는 점에서 업주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실내체육시설의 경우 여러 상가가 있는 건물에 입주해 합산된 수도세를 나누어 내는 경우가 많다. 샤워시설을 운영하지 않아도 1/n의 수도세는 고스란히 업주가 부담해야 한다. 건물주가 '착한 임대인'이 아닌 이상 임대료 인하 역시 딴세상 얘기다.

강북구 한 상가 건물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C 씨는 "지난번 받았던 집합금지·영업제한업종 대상 지원금도 대부분 임대료 등 고정비로 지출됐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는데 이건 고통 전담 수준이다. 이번엔 운영이 가능했다는 이유로 지원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봐 더 걱정스럽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 서울 종로구 한 헬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회원이 러닝머신을 이용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한다. 관련 민원은 실무부서에서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 서울형 정밀방역으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지원금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코로나19 온라인 정례브리핑에서 서울형 정밀방역 시행을 발표하며 "서울시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총 553억원을 투입했는데, 이 외 중앙정부에서 새희망자금 지원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현금지원은 정부와 협의해서 지원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PI뉴스 / 조채원·권라영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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