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대에 '최고존엄'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사라진 이유는?

김광호 / 2020-11-13 10:49:21
RFA 보도…北소식통 "인민군 총정치국서 초상화 작업 지시"
"모든 軍간부 어리둥절…이런 지시 받아본 적이 없어 긴장"
관리차원이란 분석 많아…北 체제 변화 움직임이란 시각도
북한이 군대 내 생활관, 전투근무 장소 등에 걸린 '최고존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철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이 관심이 쏠린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 초상화. [뉴시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 총정치국이 관리가 부실해 훼손우려가 있는 장소에 설치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철거를 지난 10월 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평안북도의 소식통 A 씨는 "지난 10월 말께 군대 내 병실(병사 생활관)과 전투근무 장소 등 사람이 많이 드나들거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건물에서 초상화를 내리라는 중앙 당국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민군 총정치국에서는 각 부대 정치부서가 책임을 지고 생활관과 전투근무 장소를 비롯한 일부 시설에 걸린 초상화를 내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이같은 지시에 모든 간부가 어리둥절했다"며 "특히 초상화는 (김씨) 3부자와 관련된 일이고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지시를 받아본 적이 없어 긴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초상화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선대 수령과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며 "이런 문제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중앙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함경북도의 소식통 B 씨는 "초상화를 내리는 사업은 전군 차원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부대 내 김일성-김정일주의 연구실, 교양실, 사무실을 비롯해 환경이 좋은 지정된 곳에만 초상화를 걸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다"고 귀띔했다.

B 씨는 "관리를 소홀히 해 오염, 훼손 현상이 나타날 경우, 수령의 권위를 훼손한 행위로 엄격히 대책하도록 지시했다"며 "초상화 관리를 무책임하게 해 수령의 권위를 훼손한 문제가 불거진다면 관련 간부에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해 간부들도 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거리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같은 보도가 전해지면서 북한 정권에 무슨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고 존엄인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철거하는 것은 기존의 북한 체제에선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에 오염, 훼손 현상이 나타날 경우 수령의 권위를 훼손한 행위로 엄격한 처벌을 해왔다.

이에 따라 초상화가 오염되거나 훼손될 위험이 크다는 문제로 인해 이번 조치가 취해졌다고 해도 큰 변화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조치가 체제에 대한 변화라기보다는 관리 차원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한 김 씨 부자 초상화를 선별적으로 걸어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더 고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유튜브 '왈가왈북'의 진행자인 탈북자 홍강철씨는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최고존엄 그 자체"라며 "인민들이 초상화에 손을 대거나 훼손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홍 씨는 "이번 조치가 전투근무 장소 등에 국한 된 것으로 볼 때,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기 보다는 관리차원으로 보인다"면서 "먼지가 날리는 훈련장 등에 최고존엄을 모시면 초상화가 더럽혀지거나 훼손될 위험이 있어 옮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오히려 김정은을 비롯한 3대 지도자를 더 우상화하고 신격화하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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