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女행장' '첫 내부출신'…은행장 선임 흐름 '변화 vs 안정'

박일경 / 2020-10-30 16:07:29
한국씨티은행, '첫 여성 시중은행장' 유명순 취임
수협은행, 창립 후 첫 내부 출신 김진균 후보 추천
연말만료 신한·대구은행장…'안정 속 변화' 강해질듯
'첫 여성 시중은행장', '첫 내부 출신 은행장 후보자'…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임기가 끝나는 은행장 후임자가 속속 결정되고 있다. 조직 문화에 변화를 시도한 곳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을 의식해 안정을 추구하는 등 은행별로 행장 선임 흐름에 특색이 뚜렷해지고 있다.

▲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은행장. [한국씨티은행 제공]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한국씨티은행은 임시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개최하고 기업금융그룹장을 맡고 있는 유명순 수석부행장을 임기 3년의 신임 은행장으로 확정했다. 유 신임 행장은 그 다음날인 28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개시했다.

우리나라 첫 번째 여성 시중은행장으로 보수적인 은행 문화에서 '유리 천장'을 뚫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Sh수협은행은 지난 28일 차기 은행장 후보자를 처음으로 내부 출신 중에서 발탁했다.

주인공은 김진균 수협은행 수석부행장이다. 김 후보자는 추후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임기는 취임일로부터 2년이다. 외환 위기로 2001년 공적자금 1조1581억 원을 지원받은 수협은행은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이행약정을 맺고 있어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오는 2028년까지 상환해야 할 공적자금이 8000억 원 넘게 남아 있기도 하다.

정부와 수협 간 의견 충돌로 제3차 공개모집까지 같던 2017년 때와 달리 두 차례 공모 만에 내부 출신으로 다음 수장을 신속하게 결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권에서는 다소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 김진균 Sh수협은행 은행장 후보자. [Sh수협은행 제공]

수석부행장 승진·기용…'혁신'·'안정' 두 마리 토끼 잡나

은행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경영 혁신'이란 돌파구를 마련할 조직 분위기 쇄신 요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은행장으로서 첫 날 제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첫 다짐은 '탁월함을 위한 리셋'이다"라며 "색깔 없이 다른 은행들과 똑같은 전략으로 경쟁해서는 어렵다. 우리가 가진 특화된 차별점을 극대화해 지속적으로 시장 우위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변화를 추구했지만, 안정을 인식하지 않은 인사는 아니라는 견해 또한 제기된다. 유 행장과 김 후보자 둘 다 수석부행장이 은행장으로 승진 기용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 행장은 1987년 씨티은행 서울지점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로 입행해 서울지점 기업심사부장, 한국씨티은행 다국적기업 본부장 및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을 거쳐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을 역임한 33년째 기업금융 전문가다. 기업금융이 강점인 씨티은행 입장에선 '특화된 차별점을 극대화'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1일부터는 은행장 직무대행을 겸임하면서 2개월가량 은행 전반에 대한 업무 파악마저 마쳤다.

1992년 수협중앙회에 입회한 김 후보자는 압구정역지점장, 충청지역금융본부장, 경인지역금융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8년 말 기업그룹 부행장으로 올라선 뒤 지난해 12월부터 경영전략그룹장(수석부행장)을 담당하고 있다. 수석부행장은 수협은행의 5개 그룹을 총괄하며 경영전략과 기획을 책임지는 자리다.

▲ 허인 KB국민은행 은행장. [KB국민은행 제공]

구관이 명관…나란히 '3연임' 앞둔 국민·SC제일은행장

조직 안정에 더욱 방점이 찍힌 인선으로는 KB국민은행이 꼽힌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난 20일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2017년 11월 20일 취임한 허 행장은 2년 임기를 마친 후 1년 연임한 상태다. 다음 달 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 등 최종 심사·추천을 거쳐 주총에서 행장 선임이 의결되면 두 번째 연임을 확정하게 된다. 차기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KB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는 "코로나19 시대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검증된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허 행장을 추천한 이유를 밝혔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SC제일은행 첫 한국인 행장으로 2015년 취임 이후 2018년 연임한 데 이어 일찌감치 '3연임'을 확정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초 주총을 열고 박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결의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빠른 경영 및 조직 안정을 위해 차기 행장 결정을 앞당겼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연말까지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겸임하고 있는 대구은행장 임기도 만료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 혁신'과 '조직 안정' 두 가지 큰 줄기가 차기 행장 인선 기준이 될 것"이라며 "어느 한 쪽보다는 양자를 두루 갖춘 인물이 낙점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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