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감사에도 장관 명의 경고로 그쳐
외교부 감사관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도 미국 주시애틀 총영사관 소속의 한 부영사가 공관 직원들에게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에이 XX 새끼야" 등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았는데도 외교부가 경미한 징계만 내린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 부영사는 시애틀에 부임하기 전까지 외교부 감사관실에 근무했기 때문에 외교부가 감사관실의 명예 실추를 막기 위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이 외교부 감찰담당관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내부 관계자의 제보를 통해 확보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부임한 주시애틀 총영사관 A 부영사는 공관 소속 행정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
A 부영사는 직원들에게 "XX 새끼야"라고 욕설을 하거나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라고 협박했다. 아울러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내가 외교부 직원 중 재산 순위로는 30위 안에 든다"라며 상대의 재산 수준을 조롱하기도 했다.
"인간 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등의 엽기적 발언은 물론,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는 고위 공무원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부영사는 현재까지 해당 공관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직원들이 2019년 10월 그를 신고했지만, A 부영사는 세 차례의 언행 비위로 장관 명의의 '경고' 조치를 받고, 주시애틀 총영사관은 '기관주의' 처분을 받는 등 경미한 징계로 그치면서다.
피해 직원들은 당시 A 부영사를 폭언과 욕설 외에도 사문서위조, 물품단가 조작, 이중장부 지시, 예산 유용, 휴가 통제, 시간 외 근무 불인정 등 16건의 비위행위를 신고했다.
그러나 감찰에 나선 외교부 감사관실 소속 감찰담당관실은 주시애틀영사관 소속 영사 및 직원들로부터 직접 참고인 진술을 듣지 않고 서면으로만 문답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찰담당관실은 2019년 11월 24~29일 감찰을 벌인 후 2020년 1월 이메일로 추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외교부 감찰담당관실은 지난 16일 특정 직원에 대한 두 차례의 폭언 및 상급자를 지칭한 부적절한 발언 한 건 등 총 3건만을 확인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제보자들은 감찰담당관실이 직원들로부터 직접 진술을 듣지 않은 것은 A 부영사에게 불리한 진술이 있을 것을 우려한 사전 차단 조치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실은 서면 문답이나 이메일 설문조사 과정에서 A 부영사의 폭언과 부적절한 언사를 확인할 수 있는 문답이 다수 있었다는 사실을 감찰담당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이를 소극적으로 판단해 A 부영사를 '솜방망이 징계'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제보자들에 따르면 감찰이 끝나고 A 부영사의 상관이 피해 직원에게 퇴직을 강요하는 등 2차 가해를 벌인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전(全) 재외공관 소속 행정직원에 대한 부당 대우 점검 등 엄정한 재외공무원 복무 관리'를 지시했다"며 "외교부 내 공무기강 해이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외교부 내 비위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제 예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교부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자료 제출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의원실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감찰 서류 제출 또는 열람을 요청했지만 이를 모두 거부당했다"며 "감찰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합리적 의심을 소명하지 못했고, 결국 축소·은폐 의혹을 증폭했다"고 비판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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