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고위험군 집중 보호로 체계 전환 고민해야"

이원영 / 2020-10-05 11:38:26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시사IN' 인터뷰서 주장
"코로나 공포심 과도…마스크는 방역에 큰 도움돼"
"(코로나19와 관련해) 남아 있는 수단은 하나밖에 없다. 위험군 집중 보호밖에. 그런데 이 발상을 거꾸로 해보면, 지금부터 위험군을 집중 보호하면 거리두기를 조금 내려도 된다는 말과 같다. 코로나19 발발부터 지금까지 임상적으로는 같다. 젊은 환자들, 50대 이하는 별 문제 없이 치료 잘 되고, 별일 없이 퇴원한다. 아이들은 감기보다도 더 가볍다고 얘기할 정도로 문제없다."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시사IN>과 인터뷰를 갖고 현재 방역 중심의 치료 체계를 의료 중심으로 재편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우리 병원 소아과 전문의에 따르면 다른 팬데믹, 신종플루 때도 환자들을 많이 봤는데, 소아는 신종플루 때보다도 덜 아파한다고 얘기한다. 다만 70~80대 환자는 고생한다. 하지만 병원에 환자가 넘치지 않고 차분하게 잘 치료하면 거의 잘 퇴원한다"고 말했다.

▲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시사IN]

오 교수는 "치료하는 의료시스템이 어떠냐에 따라서 치료 성적이 달라진다. 이탈리아, 뉴욕에서는 환자가 갑자기 물밀듯이 들어오니 치료 제공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대구에서 2월 말~3월 초 갑자기 늘어났을 때를 제외하면 그런 상황은 없었고 우리가 의료 준비를 잘해서 이번 겨울에도 갑자기 환자가 밀어닥쳐서 감당 안 되는 상황만 벌어지지 않으면, 이탈리아나 뉴욕 상황이 우리에게 꼭 생기리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효과에 대해 오 교수는 "똑같은 바이러스도 많이 들어오면 폐렴이 심하고 바이러스가 적게 들어오면 약한데 그 적고 많음을 결정하는 건 마스크"라며 "미국, 유럽엔 개인 자유를 침해한다고 마스크를 안 쓰기도 하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마스크 열심히 썼다. 이런 여러 가지 차이가 그 나라의 코로나19 환자 중증도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우리 분야엔 '바이러스 자체보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더 큰 피해를 낸다'라는 명제가 있다"면서 "수류탄에 안전핀이 꽂혀 있으니 뽑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그걸 머리맡에 놓고 자려면 잠을 잘 수가 없다. 바로 '안전'과 '안심'의 차이다. 이게 신종 감염병이 나타날 때마다 우리에게 미치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이게 해결 안 되기 때문에 바이러스 공포가 항상 더 큰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WHO 사이트에서 코로나 감염자 치사율이 0.5~1.0%라고 해놓고 있다. 신종플루가 0.1~1.0%이니 제일 심해도 60세 이하는 신종플루 정도라고 봐도 된다. 그리고 30세 아래, 학생, 어린이들은 감기나 독감 정도로 봐도 된다. 문제는, 60세 이상부터는 급격히 상승해서 65~74세는 2.2%, 75~84세는 7.3%, 85세 이상은 27%로 매우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렇게 나이에 따라서 감염 사망률이 다르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좀 아셔야 코로나19에 맞는 맞춤 방역, 맞춤 의료가 가능해진다. 이게 지금 구분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방역도 소모가 많고, 의료도 자원 이용 면에서 지금 매우 부담이 많이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식 집단 면역과 관련해서도(오 교수는 무리 면역·면역 우산이 더 나은 표현이라 본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스웨덴은 기본적으로 팬데믹이 오면 아무리 국가 방역 시스템을 돌린들, 무슨 수단을 동원한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이걸 우리가 피할 도리가 없다, 이걸 피한다고 록다운이나 엄격한 예방 격리를 하는 건 별 득이 없다, 이런 기본 전략을 갖고 있었고 실행한 거다. 내가 허드 이뮤니티(무리 면역·면역 우산) 이야기를 한 것은 이렇게 가자는 측면보다는 지금 우리 전략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유행은 면역 가진 사람이 최소한 60%가 됐을 때 멈춘다. 그러면 어떻게 60%에 도달할 건가. 첫째가 계속 누르고 있다가 백신 나오면 그때 일시에 맞아서 60% 올라가는 방법, 다른 하나는 감염돼도 별 문제 없는 사람들은 놔두고 위험한 사람은 보호하면서 서서히 자연면역이 올라가서 스톱하는 방법. 어쨌거나 멈추는 건 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는데 어느 게 우리나라에서 지속 가능하다고 볼 거냐, 이런 논의가 있어야 한다."

오 교수는 "우리는 방역이 지금 가장 우선순위가 높다. 국민 모두를 보호해서 청정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지금 목표다. 3T 전략이라고 부른다. 그 가운데 진단(test)과 추적(trace)은 방역, 치료(treat)는 의료,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축이 있다. 그런데 앞의 축인 방역을 어떻게 하느냐가 뒤의 축인 의료에 영향을 준다. 진단, 추적을 거쳐 감염자가 확진되면 그 환자가 의료시스템으로 넘어온다. 사실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사람은 입원을 안 해도 되고 심각한 사람은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다 넘어오니까 의료에 자꾸 부하가 걸린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지금 동절기 전에 확진자 수를 두 자릿수, 한 자릿수로 낮추자고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국민들 사이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로 올려도 환자 발생이 줄지 않으면 어떻게 할건지 답을 모른다. 남아 있는 수단은 하나밖에 없다. 위험군 집중 보호밖에 없다. 그런데 이 발상을 거꾸로 해보면, 지금부터 위험군을 집중 보호하면 거리두기를 조금 내려도 된다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35년간 감염병 진료와 연구에 몸담아온 의사이자 과학자로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냈고 현재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과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위험관리 자문위원직을 맡고 있다.

KPI뉴스 / 정리=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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