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대체 왜] "돈 되고 힘 안드는 진료 서울서 하련다"…멍드는 한국 의료

이원영 / 2020-09-02 13:10:46
단시간에 의료보험 정착시켰지만 곳곳 구멍
의료를 공공재로 인식하지만 정부지원 인색
본질 문제 인식 차이로 의사-정부 갈등 여전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업무복귀 명령과 면허 취소 등 강경책을 내세우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종용하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양 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의사협회나 전공의협회의 반발에 부닥쳤다고 정책을 접을 수는 없는 입장인데, 의사들은 정부가 우리 의료의 본질적 문제를 외면하고 의료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UPI뉴스는 이를 계기로 우리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부 및 의료계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의사 파업, 대체 왜] 를 연재한다.

한국의료시스템의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완성된 이후 지속된 고질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료의 각종 문제점의 뿌리를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국민의료보험 제도의 기형적인 정착과 형성과정에서 찾고 있다. 한국 의료보험제도는 대외적으로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험료는 저렴하고 혜택은 많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우리보다 40여 년 앞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지만 아직까지도 전국민을 커버하는 의료보험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77년 직장의료보험을 도입한 이후 단 12년 만에 전국민 의료보험을 정착시켰다. 이처럼 신속하게 의료보험을 정착시킨 배경에는 당시 북한의 의료복지 수준이 우리보다 월등히 앞선 데 따른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단시간에 마련된 의료보험은 국가가 공공의료시설을 확충해 의료보험 적용기관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민간병원들을 '강제적'으로 보험적용 기관으로 포함시킴으로써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낳게 됐다.


흔히 한국 의료보험은 '저부담-저수가-저급여'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된다. 국민들에게 보험료 부담을 가급적 적게하고(저부담), 의사들이 환자와 보험에서 받는 진료 비용을 억제하고(저수가), 보험적용 대상이 적은(저급여) 악순환의 고리를 말한다.


이 같은 '3저' 구조 때문에 병원은 수익을 맞추기 위해 대형화, 과잉진료, '3분진료'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고, 개업 의사들은 보험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종목에 몰리는 악순환을 낳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의료보험 문제에 대해 이용민 전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메디포뉴스 기고문을 통해 "의료를 사유제가 아닌 공익 실현을 위한 공공재로 규제하고 있으며 국가적 재원부족이나 국민부담을 이유로 원가에 못 미치는 진료수가로 건강보험시스템을 유지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사회는 민간의료기관을 공공재로 징발하여 평등, 보편, 공익적 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공적인 임무에 투입하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또한 치를 의사도 없는 듯이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전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민간 기업인 병원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바로 지금의 의료보험 시스템이라는 시각이다.


건강보험제도의 '3저' 구조를 '적정' 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하는데 둘 다 정부로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 의료계 집단휴진 이틀째인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의료진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우리 의료체계의 또 하나 문제점은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접근성이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엔 의사가 넘쳐나고, 지방엔 환자가 넘쳐난다'는 말이 있듯 병·의원들의 수도권 집중화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도권에는 병·의원들이 환자 유치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반면, 지방에서는 응급환자가 가까운 병원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는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16.27명인데 비해 경북 영양은 0.72명으로 무려 22배 차이가 난다. 강원도는 인구 1000명 당 의사가 한 명이 채 되지 않은 시·군·구가 18개 중 9개나 된다. 이처럼 의료 자원의 불균형은 결국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시각이다.


치료를 받았으면 살 수도 있었는데 사망한 비율 즉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2015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서울 강남구는 29.6명인데 비해 경북 영양군은 이보다 3.6배 높은 107.8명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면 시골보다 서울이 생명을 살리기에 훨씬 유리한 환경이라는 의미다.


이런 지역 쏠림 현상에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보라 공동대표는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전달 시스템을 갖춘다면 의료 취약 지역도 줄일 수 있다. 군에 있는 보건소의 기능을 높이고 면 단위에는 의원, 시내에는 의료원, 그리고 광역시에는 큰 종합병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정부가 공공의과대학을 지방에 신설해 지방근무 의료인력을 확충하고자 하는 것도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에 따른 지방 환자들의 의료접근성 차별을 덜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의료의 또하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의사들의 전공 쏠림 현상이다. 소위 '돈 되고 힘 안드는' 쪽으로 의사들이 몰리다보니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쪽은 의사들이 넘쳐나지만 정작 의료의 기본으로 죽고 사는 문제를 다루는, 응급의학과, 외과, 산부인과 등 '바이탈과'는 전공의가 태부족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에서 의료 분야에 활발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이주혁 의사는 "개원가에서는 감기과, 통증과, 미용과만 있다는 말이 팽배하다. 필수의료 분야인 심장외과, 모자보건, 외상, 감염 등에는 의사가 태부족하고 병원에서도 그런 궂은 일은 전공의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정작 의료 소비자로서 질 높은 서비스를 받아야할 '필수의료'에는 의료인이 기피하고 있고 의료적 관점에서 중요도가 높지 않은 분야에 의사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혁 의사는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선 의료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기존 공공의료기관을 지원하고 확충하려면 정부가 돈을 써야 하는데 이를 손익의 관점에서 보는 정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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