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부정 의견 76.4%
"허위매물 업체, 강력히 처벌해야"…지자체 역할 중요
# 지난 10일 중고자동차를 사려고 수원 중고차매매단지를 방문한 A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경매 차량을 2500만 원에 구매하려고 400만 원의 계약금을 냈지만, 등록 직전 7690만 원에 낙찰됐다며 추가 지불을 요구했다. A 씨는 애초 가격과 다르다며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판매원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 다른 차량 구입을 권유했다. A 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이 과정에서 매매업자는 계약서를 파기하고 계약금을 돌려주고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A 씨는 "눈 뜨고 당할 뻔했다. 매매업자들이 교묘하게 팀을 짜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걸 알게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 B 씨는 지난달 인천과 수원의 중고차매매단지를 다녀온 뒤 차량구입을 포기했다. '허위 매물'에 두 번이나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B 씨는 "돈 아끼려다 시간만 버렸다"며 "아예 신차를 사거나 차량 구입을 미룰 생각이다"고 말했다.
약 27조원 규모 중고차 시장…저품질·불법·사기 판쳐
지난해 국내 중고차 판매 대수는 224만 대에 달한다. 178만 대가 판매된 완성차 시장의 1.3배나 된다. 거래대금도 27조 원이 오가는 거대시장이 됐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은 규모에 걸맞지 않게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은 낮고, 불법과 사기가 판치고 있따는 지적을 받고 있다.
A 씨는 "중고차 시장이 이렇게 후진적인 구조에 머물러 있는지 몰랐다"며 "중간에 의심스러워 몇 가지 질문을 했더니, '의심이 많다', '그러면 사지 말라'며 오히려 매매업자가 화를 내더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허위 매물'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매매 사이트에 특정 차량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게재하고, 정작 소비자가 방문하면 다른 차량을 강요 판매하는 사기 수법이다.
B 씨는 "처음에는 '허위 매물'인지 몰랐다. 일단 방문했을 때 차량이 없으면 그 매장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고차 매매사이트 31곳...등록차량 95% '허위매물'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76.4%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차량 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 다수(25.3%) 등이 거론됐다.
경기도가 지난달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 31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등록 차량의 95%가 허위 매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은 "중고차 허위 매물 의심 사이트에 대해 경찰 수사 의뢰와 함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 소비자와 판매자 간 극심한 정보 비대칭으로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이른바 '레몬마켓'이라는 점이다. C 씨는 "자동차등록증뿐 아니라 성능검사표, 보험이력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자체 제재 느슨하기 때문"…강력한 처벌조항 필요
중고차 시장에서 사기 판매가 판을 치는 이유는 법적 처벌이 쉽지 않고, 처벌 수위도 낮기 때문이다. 실제 A 씨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돈을 다시 돌려받아 손해를 본건 없지 않느냐. 여기서 끝내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고소 취하를 권했다고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예전과 달리 중고차매매단지는 투명성이 높아진 상태지만, 일부 매매업자들이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고 있있다"라며 "강력한 처벌 조항을 만들어 허위 매물을 올리는 업체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자치단체의 적극적 관리·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인천·부평에서 중고차 사기행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는 지자체의 관리와 감독이 느슨하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발생시킨 딜러들은 매매단지에 다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이 바뀔 것이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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