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인가 '권언유착'인가…미궁 헤매는 檢의혹 수사

김광호 / 2020-08-06 14:47:30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 'MBC 보도개입' 관련 글 올렸다 삭제
한상혁 방통위원장 "MBC '검언유착' 보도 알았다? 사실무근"
검찰, 한동훈 공모 입증 실패할 경우 '권언유착' 의혹 짙어질듯

언론이 검찰과 한통속이 되어 친정부 인사를 타격하려 한 '검언유착'인가, 권력과 언론이 짜고 권력에 밉보인 검찰 간부를 찍어내려한 '권언유착'인가. 사건의 본질은 덧칠에 덧칠을 반복하며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한 변호사가 '검언유착' 의혹 보도 직전 정부 관계자에게 압박성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검언유착'은 '권언유착' 의혹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  지난 2월 13일 검사 간담회를 위해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뒤따르고 있다. [뉴시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해미르 변호사는 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올린 뒤 곧 삭제했다.

권 변호사는 민변에서 활동해 왔으나 지난해 불거진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권에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선 인물이다.

권 변호사는 게시글에서 "날 아끼던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니 말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때까지도 그 전화에 대고 나도 거의 울먹이듯 소리 지르며 호소를 했다. 촛불정부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느냐고. 그리고 몇 시간 후 한동훈의 보도가 떴고...그 전화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필요치 않았다"고 썼다.

권 변호사는 전화를 건 당사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민변 활동 경험이 있는 데다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통화 상대자로 지목됐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권경애 변호사와 채널A 기자-검사장 간 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보도(3월31일) 직전에 통화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통화시간은 MBC 보도가 나간 후 1시간 이상 지난 9시 9분"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화 내역도 공개하면서 "(권 변호사와) 통화내용 또한 MBC 보도와 관련 없는 것이었다"며 "3월31일 MBC 보도 이전 채널A 사건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허위사실을 기초로 MBC의 보도 내용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는 등의 추측성 보도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선, 중앙의 보도는 물론이고, 같은 내용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이후의 보도에 대해선 엄정한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업무보고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한 검사장은 '검언유착' 의혹 제기 직후부터 MBC에 제보한 지모 씨가 검언유착 프레임을 만들려고 친정부 인사들과 함께 함정을 팠다는 '권언유착' 의혹을 제기해 왔다.

지난 5일 검찰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이 전 기자 공소장에 한 검사장 공모 부분을 적시하지는 못했다.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의 협박성 취재에 공모했다고 할 만한 물적 증거나 진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 측은 이 전 기자에 대한 검찰의 구속기소 결정 후 입장문을 내고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MBC와 의혹 제보자, 정치인 등의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진작에 관련 정황은 있었다. 지모 씨를 변호하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지난 3월22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고 글을 썼다.

지 씨는 이 글과 사진을 자신의 계정에 공유했고, 같은 날 채널A 기자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이 같은 정황들 때문에 지 씨가 여권 인사들과 함께 의도적으로 검언유착 내용을 만들어서 MBC에 제보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됐으며, 관련 고발도 이뤄진 상태다.

이에 박성제 MBC 사장은 "MBC는 엄정한 취재윤리를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박 사장은 5일 밤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동재-한동훈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MBC 보도가 마치 정치적 공작에 의한 것처럼 호도하는 일부 언론이 있다"면서 "MBC는 엄정한 취재윤리를 준수하면서 투명하고 정확하게 팩트(사실) 위주로 보도했고 심지어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기자는 검찰에 두 번이나 불려 나가 보도 경위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현재 검언유착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 수사, 법원 재판, 감찰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수사팀이 앞으로 한 검사장의 공모 입증에 실패할 경우, '권언유착' 프레임을 장착한 한 검사장 측의 반격이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검언유착 수사가 이대로 실패로 끝나고 오히려 사건의 실체가 권언유착이었음이 규명된다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한 검사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던 추 장관은 물론 결재라인에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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