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고 조작' 김기춘, 항소심서도 '집행유예'

주영민 / 2020-07-09 16:45:39
법원 "허위 기재는 사실이지만, 자신을 위한 범행아냐"
유가족 "권력 가진자는 법이 용서해준다는 것 보여줘"
세월호 참사 보고 시점 등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1)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세월호 보고 조작'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9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김 전 실장과 함께 기소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그의 후임자인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국회에 보고시각 등을 허위로 기재한 것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모든 국민의 관심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를 시시각각 보고받고 탑승자 구조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부였는데 당시 대통령은 직무실이 아닌 관저에 머무르면서 세월호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서면 답변서에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했고 대통령이 대면 보고받는 이상으로 (세월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기재했는데 이는 청와대와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위한 허위사실기재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같은 보고시간 조작이 김 전 실장 자신의 이익을 위한 범행이 아닌 점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는지 여부와 첫 유선보고를 받은 시각 등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김 전 실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함께 기소된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직후 세월호 유가족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심 선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광배 세월호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저희 엄마 아빠들은 나중에 우리 아이들을 만나면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냐"며 "자식을 잃은 우리 부모들은 이 책임자들에게 법적처벌을 기대할 수 없는 거냐"고 한탄했다. 

이어 "이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는 이렇게까지 해도 대한민국 법이 용서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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