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수사지휘 수용·거부 놓고 진퇴양난 빠진 윤석열

주영민 / 2020-07-08 16:25:29
추미애, 9일 오전 10시까지 답 달라 '최후통첩'
윤석열, 장고 끝 어떤 결정 내리든 '악수'될 듯
진퇴양난 딜레마에 빠진 것인가.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수용 여부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단이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서 수사지휘에 대한 절충안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추 장관은 9일 오전 10시까지 기다리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헌정 사상 두 번째 수사 지휘권 발동을 놓고 추 장관과 마찰을 빚은 윤 총장이 장고 끝에 어떤 수를 내놓을지 법조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UPI뉴스 자료사진]
추 장관은 8일 자신의 수사지휘권 발동 뒤 윤 총장이 현재까지 입장표명을 하지 않자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며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지)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며 "저도 검찰조직 구성원의 충정과 고충을 충분히 듣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누구도 형사사법 정의가 혼돈인 작금의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많이 답답하다. 우리 모두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며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선 안된다. 총장의 현명의 판단을 기다린다"고 압박했다.

추 장관이 마지노선을 제시한 이유는 윤 총장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지휘를 받아들이지 않고자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례로 미래통합당은 이날 추 장관와 윤 총장의 검언유착 수사 갈등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을 만나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상대로 지휘권을 남용하면서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려고 하는 아주 엄중한 상황에 대해 직접 듣고 파악하기로 했다"며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법사위 소집요구서 제출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을 불러 직접 이야기를 듣겠다는 취지로, 소집이 이뤄지면 윤 총장은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엿새 째 시간을 끌면서 검사장 회의에서 나온 재지휘 요청이나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대검은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나온 자문단 절차 중단과 독립적 특임검사 도입 필요성, 추 장관 수사지휘 중 총장 지휘감독 배제 부분은 위법·부당하다는 의견을 윤 총장에게 보고한 뒤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간담회 당일부터 알려진 내용을 거듭 밝히면서 윤 총장이 우회적으로 의견을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거부하거나, 재지휘를 요청할 경우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를 거부한 첫 사례가 된다는 부담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수사지휘를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일 경우 자신을 지지한 부하 직원을 외면하는 것이 된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 총장이 자신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감싸다가 벌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윤 총장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또 임기 1년 만에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한 모양새가 돼 청와대 하명 의혹 수사 등 현 정권을 향한 수사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실상 식물 총장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 윤 총장이 장고 끝에 어떤 수를 놓든지 악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재경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추 장관이 최후통첩을 하면서 윤 총장이 답을 해야할 마지노선이 정해졌다"며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거부하든, 받아들이든 어떤 선택을 내놓든지 진퇴양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추 장관이 특임검사 도입 등 사실상 모든 우회로를 차단한 상황에서 윤 총장이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도 "지휘를 거부하는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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