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法 "한국서 처벌"

주영민 / 2020-07-06 12:03:05
"조약에 따른 합리적 판단…범죄 면죄부는 야냐"
미국서 처벌시 중형 예상한 부친 꼼수 전략 성공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하지 않는 것이 이 사건 조약에 이뤄진 합리적 판단으로 보인다."

법원이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 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을 불허하면서 밝힌 말이다.

▲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두번째 심문 재판이 마친 뒤 손 씨의 아버지가 법정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정병혁 기자]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6일 오전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인도심사 청구 사건 세 번째 심문기일을 열고 손정우의 미국 인도 불허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주권 국가로서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 필요하면 미국과 공조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며 "이 사건의 결정이 범죄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이뤄질 수사 과정에 범죄인은 적극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판시했다.

인도심사는 불복에 대한 규정이 없어 단심제로 진행된다. 법원이 이날 미국 송환을 불허함에 따라 손정우는 바로 석방된다. 범죄인인도법 제32조에도 법원의 인도심사청구 각하결정이 있는 경우 검사는 구속 중인 범죄인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손정우 측 변호인은 "국내에서 처벌받은 혐의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증이 없다"면서 인도 대상 혐의인 범죄은닉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서도 "현재 단계에서 기소만 하면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원의 송환 불허 결정으로 손정우의 범죄은닉자금 세탁 혐의에 대한 처분은 한국 검찰의 판단에 맡겨졌다.

문제는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국제적인 디지털 성범죄자인 손정우가 합당한 처분을 받을지는 미지수가 됐다는 점이다.

당초 손정우는 최근 문제가 됐던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등이 나오기 전부터 청소년과 영유아가 등장하는 미성년 성착취물 22만 건을 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겨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손정우는 한국에서는 가벼운 처벌을 받았지만, 미국 법정에 설 경우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었다. 아동 음란물 광고 행위는 미국에서 최소 의무 형량이 15년, 아동 음란물을 유통 혐의 최소 의무 형량이 5년이다.

만약 미국에서 아동성착취물 유포 등 혐의가 적용되지 않고 자금세탁 관련 범죄만 기소되더라도 형이 가볍지 않다. 미국에서는 자금세탁 규모가 50만 달러 이상이면 징역 20년 이하, 50만 달러 미만이면 징역 10년 이하가 법정 권고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정우 부친 손모(54) 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인도인 절차 조약에 따라 한국에서 처벌받으면 미국에서 같은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결국, 법원도 한국에서 처벌을 받으면 된다는 논리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하면서 이 같은 전략이 먹힌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견해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결국 손정우 측이 주장한 이중처벌에 대한 보증과 한국에서의 처벌 가능 논리가 재판부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손정우 부친이 고발한 자금세탁법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해 기소하겠지만, 미국처럼 중형을 선고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는 그동안 손정우의 출소를 앞두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강제 송환을 한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미국 검찰은 지난해 10월 손정우에게 아동 음란물 배포, 자금세탁 등 9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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