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한 치 양보 없어…특수통 해체 명분 쌓기 시각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으로 촉발된 검찰 내부 잡음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기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윤 총장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이 한 전 총리 사건 진상 파악을 위한 전담팀을 꾸렸지만, 추 장관이 "편법 처리"라며 공개적으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법무부 지시로 한 전 총리 사건을 담당한 수사팀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던 한 부장이 윤 총장의 전담팀 구성으로 제동이 걸렸던 1주일 사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서로 날을 세우며 한 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오는 22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협의회에 함께 참석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5차 협의회에는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직후여서 윤 총장만 참석한 바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올해 초 검찰 인사 파동에 이어 최근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검찰 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펼치고 있어 두 사람의 만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날 추 장관이 한 전 총리 사건의 신속한 진행과 처리를 위해 대검 감찰부에서 해당 사건 관련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할 것을 지시하면서 사실상 윤 총장 지시로 꾸린 전담 수사팀을 무력하게 한 바 있다.
추 장관은 전담수사팀으로부터 대검 감찰부가 조사 경과를 보고 받은 뒤 수사과정 위법 등 비위발생 여부 등 결과를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법무부의 지시로 한 부장이 감찰에 착수했으나 윤 총장의 전담팀 구성으로 제동이 걸렸던 것을 추 장관이 사실상 다시 뒤집은 것이다.
추 장관이 이 같은 결정은 내린 배경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의 발언이 주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검 감찰부에서 법무부 직접 감찰을 회피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의에 추 장관은 "대검찰청이 진정 받은 사건을 감찰 중단 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한 조치는 옳지 않다"며 시정 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추 장관은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 관행화돼서는 안 된다"며 "내부 견제장치를 지휘권자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되라 했는데 객체가 될 수 있음을 그대로 드러낸 대단히 심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검은 오히려 한 부장이 윤 총장의 지시를 불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부장이 법무부로부터 진정서를 이첩받은 뒤 이를 바로 보고하지 않고 40일이 지난 다음에야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총장이 적법한 권한으로 사건을 인권부에 보냈으나 한 부장이 이에 따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한 부장에게 진정서 원본을 인권부에 보내라고 지시했으나 한 부장이 따르지 않자 사본을 보낸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감찰부는 독립된 부서가 아니라 대검의 여러 부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이 감찰을 준비하면서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보고가 이뤄진 뒤 검찰총장이 사건처리를 지시했음에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지시 불이행이라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특수통 중심의 '윤석열 사단' 해체를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실례로 전날 추 장관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조만간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형사·공판부에서 묵묵히 일해 온 인재들을 발탁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이 인사를 통한 특수통 중심의 '윤석열 사단' 해체에 속도를 낼 경우 윤 총장과의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여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공수처 설립 등도 맞물려 있어 양측의 대립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달 취임 1주년을 맞는 윤 총장이 현 상황 대한 반발 카드로 사퇴를 꺼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측의 팽팽한 대립 기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경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연초 추 장관이 강력한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촉발했던 마찰기류가 한 전 총리 사건을 두고 더욱 격화하는 모양새"라며 "다음달 대대적인 검찰 인사를 예고한 추 장관이 여당과 정부의 힘을 등에 업고 윤 총장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정치권에서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달 검찰 인사가 추 장관 입장에서는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며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양측의 충돌은 앞으로 있을 총성 없는 전쟁의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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