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을 지목하는 정황 증거들…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주영민 / 2020-06-18 16:24:42
항소심 결심공판서도 의붓아들 살해 부인
검찰, 정황·간접 증거 뿐…'스모킹건' 없어
법조계 "1심 판단 넘어서기 어려울 전망"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은닉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의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인정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7)이 지난 2019년 9월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왕정옥 부장판사) 심리로 전날 열린 고유정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부검결과를 토대로 누군가 고의로 피해 아동을 살해한 것이 분명하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다면 범인은 집 안에 있는 친부와 피고인 중에서 살해 동기를 가지고 사망추정 시간 깨어 있었으며 사망한 피해자를 보고도 보호 활동을 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사람일 것"이라며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은 '피고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살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3개월 안에 연속적으로 2건의 살인을 저지르는 등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며 "아들 앞에서 아빠(전남편)를, 아빠(현 남편) 앞에서는 아들을 살해하는 천륜에 반한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고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1심 결심공판에서도 "피고인은 반인륜적 범행을 두 차례나 저질렀다"며 사형을 구형했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전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계획적 범죄로 인정했지만, 의붓아들 살인사건은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끝까지 부인…검찰 스모킹건 없어

"집안에 있던 2명 중 한 명이 (의붓아들을 살해한) 범인이라면 상대방(현 남편)일 것입니다."

고유정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후 진술한 내용 중 일부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살인 혐의를 현 남편에게 떠넘기려고 했다.

고유정이 항소심에서 끝까지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부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1심에서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판단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붓아들 살해 건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단은 고유정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면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항소심 쟁점이 의붓아들 살해 여부에 맞춰진 이유다.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고유정이 지난해 3월 2일 새벽 수면제가 든 차를 마신 현 남편이 깊은 잠에 빠진 사이 그의 옆에 엎드려 잠을 자던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 가량 강하게 눌러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정황증거와 간접증거만 있을 뿐이다.

간접증거는 △고유정이 아버지 홍 씨와 주고받은 문자와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긴 메모에 홍 군에 대한 적개심과 질투가 다분히 드러난 점 △홍 군 사망 당시 깨어 있던 사람이 고유정 뿐이었던 점 △아침시간에도 숨진 홍 군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홍군 사망 후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등이다.

정황증거는 △고유정이 2018년~2019년 두 차례 임신 후 유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의붓아들을 아끼는 현 남편 때문에 적개심을 가졌다는 점 △현 남편과 다투는 과정에서 남편의 잠버릇 문제를 거론하는 등 의붓아들 사망 책임을 남편의 잠버릇 때문인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한 점 △의붓아들 사망 당일 혈흔이 묻어있던 매트리스, 요, 전기장판 등을 버린 점 등이 제시됐다.

법조계 "항소심도 의붓아들 살해 혐의 인정 어려울 것"

법조계에선 검찰의 정황·간접 증거만으로는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인 혐의를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간접 사실 사이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과 상호모순이 없어야 하고 의심스러운 사정 등을 확실히 배제할 수 없다면 무죄추정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가 현남편의 다리나 몸통에 머리나 가슴이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고유정이 현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재경지법 출신 한 판사는 "항소심 재판부도 정황·간접증거만으로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을 목격한 증인이 있는 등 결정적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1심과 같은 판단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사건 당시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었고 4살 아이가 돌연사 하거나 함께 자던 어른의 몸에 눌려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종합해 볼 때 고유정이 범인일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의 논리"라면서도 "하지만, 이 역시 추정일 뿐으로 살인 혐의를 뒷받침할 스모킹건이 되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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