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사망 사고 "차량 충돌했을 뿐" vs "받힌 후 기억 안나"

주영민 / 2020-06-17 11:01:48
민식이법 적용 여부 적극 검토에
가해 차량들 과실 떠넘기기 급급
"충돌 뒤 기억 안 난다."(아반떼 운전자) vs "충돌은 인정 사망은 관련 없다."(산타페 운전자)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6세 아동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를 유발한 가해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 15일 오후 3시 30분께 부산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다른 차량에 받힌 아반떼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못해 보행로를 덮쳤다. 이 사고로 보행로를 걸어가던 6세 여아가 사망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17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32분께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 보행로를 엄마, 언니와 함께 걷던 A(6) 양은 난간을 뚫고 돌진한 아반떼 승용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던 A 양은 사고 다음 날인 16일 오전 2시41분께 병원에서 숨졌다.

사고 지점은 초등학교 정문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어린이 보호구역이었다. 사고 당시 엄마는 경상을 입고, 언니는 화를 면했다.

경찰이 공개한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아반떼 운전자인 60대 여성 B 씨는 사고 당일 오후 3시30분께 초등학교 앞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중 중앙선을 넘어온 70대 남성 C 씨가 운전하는 싼타페와 충돌했다.

충격에 잠시 주춤한 아반떼는 멈추지 않고 3~4초 만에 전방 20여m를 달려 인도 위를 걷던 모녀를 덮친 뒤 학교 담장을 뚫고 화단으로 추락했다.

충돌사고 직후 아반떼는 우측 깜빡이가 켜진 채로 직진하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그대로 모녀가 걷던 인도로 돌진했다.

B 씨가 충돌사고 후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는 장면이 CCTV에 찍혔지만, 그는 경찰 조사에서 "접촉사고(첫 충돌사고) 이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싼타페 운전자 C 씨는 "아반떼를 충돌한 과실은 인정하지만, 사망사고와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를 유발한 두 운전자 모두 A 양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직·간접적인 가해를 했음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두 가해 운전자 측 보험사 역시 해당 사고와 관련해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반떼 운전자 측 보험사는 산타페가 중앙선을 침범해 좌회전을 하지 않았다면, 사망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산타페 운전자 측 보험사는 비탈진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속도를 줄여 진행해야 하는데 1차 충돌 뒤 속도를 더 내서 인도로 돌진한 것은 아반떼 운전자의 과실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운전자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경찰이 해당 사고에 대해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식이법 시행에 따라 스쿨존 내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최대 무기징역 등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주장을 접한 누리꾼들 역시 피해자 입장보다는 사고 원인을 다투는 가해자들의 행태에 공분했다.

인터넷상에서는 '스쿨존에서 아이가 사망했는데 사고 잘잘못만 따지는 게 정상적인 사고냐', '접촉사고 과실을 따지는 것이 6살 아이의 생명보다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법조계에서도 해당 사안의 민식이법 적용 여부를 떠나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인명피해를 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교통사고도 범죄라는 인식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숨진 아이와 그걸 지켜본 엄마와 언니 트라우마가 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단순한 교통사고는 실수'라거나 '보험으로 처리하면 돼'라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것과 교통사고는 범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도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은 그만큼, 안일한 운전자의 태도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며 "법적 문제를 따지기 전에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하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 말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영민

주영민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