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입사원 성적 농담한 직장상사 "성추행 맞다"

주영민 / 2020-06-01 10:02:50
"피해자 성적 자유 침해한 추행 행위" 신입사원을 상대로 성적인 농담을 반복하고 머리카락을 만진 직장 상사의 행동은 성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장한별 기자]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40)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A 씨 행위로 인해 모멸감, 성적 수치심 등을 느꼈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도 못했으며 결국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며 "이런 일들이 겹치자 피해자가 결국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2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며 "나아가 A 씨와 피해자의 관계, 추행행위의 행태나 당시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A씨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과장 A 씨는 지난 2016년 입사한 신입사원 B(26·여) 씨에게 평소 성적인 농담을 자주 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컴퓨터로 음란물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A 씨는 2016년 10월부터 한 달여 동안 사무실에서 B 씨에게 "화장 마음에 들어요. 오늘 왜 이렇게 촉촉해요"라고 발언하고, B 씨의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라고 묻기도 했다.

B 씨가 "하지 말아라", "불쾌하다"고 말했지만, A 씨는 이 같은 행동을 이어갔다. 오히려 B 씨에게 퇴근 직전 업무 지시를 해 야근을 시키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떠넘기기도 했다.

1·2심 재판부는 B 씨가 A 씨를 상대로 장난을 치기도 하는 등 직장 내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다는 점, 사무실 구조가 개방형이라는 점 등을 들어 A 씨의 행동이 '위력에 의한 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사에 명백히 반한 성희롱적 언동을 한 것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일반인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 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라며 A 씨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영민

주영민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