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흔적을 남긴다...해커 투입해 n번방 원조 갓갓 포착

주영민 / 2020-05-12 16:13:08
n번방 핵심 운영자 3개월만에 모두 검거
경찰, 성착취물 구매 유료회원 수사 박차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최초로 만들어 판매했던 '갓갓' 문모(24) 씨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n번방'의 핵심 운영자들이 3개월 만에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갓갓이 '박사방'을 운영했던 조주빈(25·구속기소)보다 먼저 텔레그램 성착취물 공유 대화방을 운영했던 인물인 만큼 n번방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모양새다.

오리무중이었던 갓갓이 덜미를 잡힌 경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나는 절대 잡히지 않는다"며 경찰을 비웃었던 그가 결국 검거됐기 때문이다.

▲ 텔레그램 n번방 개설자로 알려진 일명 '갓갓'으로 불리는 A(24)씨가 12일 오전 경북 안동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안동지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갓갓은 지난 3월 검거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함께 디지털 성착취 사건의 주범으로 꼽혔으나 추적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검거 직전까지 범행을 벌이던 조주빈과 달리, 갓갓은 지난해 9월 '수능을 보러간다'며 돌연 잠적했고, 별다른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가 장기화하는 와중에도 디지털상 흔적은 반드시 남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기반으로 추적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경찰이 포착한 단서는 지난 1월 조주빈과 갓갓의 대화, IP 주소 및 사용 어플리케이션 등이다. 수개월 동안 행적을 감췄던 갓갓은 올해 1월 돌연 조주빈에게 텔레그램 대화를 걸었다.

당시 갓갓은 "나는 문상(문화상품권)만 받아서 추적해도 나오지 않는다", "증거가 없어서 자수해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 자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테랑 수사관을 투입한 경찰은 익명의 해커를 통해 갓갓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IP 주소를 제보받는 등 수사 끝에 결국 그를 검거, 그동안 모은 수사 자료를 토대로 자백을 받아 냈다.

디지털 범죄는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현실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수사가 좀 어려울 뿐이지 추적하면 IP주소를 기준으로 해서 잡을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검거된 공범들과의 대화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들이 큰소리치는 것보다 지금 통계치를 보면 굉장히 놀랄 정도로 검거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지난 2018년도에 음란물로 유포죄로 인지된 2436건 중 2000건이 넘게 검거가 됐다"며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에 기인해서 제작죄로 인지된 사건 988건 중에도 검거율은 거의 85% 이상으로 대부분 검거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n번방의 시초격인 '갓갓' 문 씨가 검거되며 디지털 성착취 수사는 막바지에 다다른 모습이다.

n번방을 모방해 악랄하게 운영한 '박사' 조주빈과 공범 '부따' 강훈(18), '이기야' 이원호(19)는 모두 구속됐다.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와치맨' 전모(38) 씨, '켈리' 신모(32) 씨, '로리대장태범' 배모(19) 군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n번방 핵심 운영자들이 검거되면서 경찰 수사의 초점은 당시 돈을 주고 성착취물을 구입했던 유료회원들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폐쇄성이 강한 가상화폐를 통해 성착취물을 거래한 만큼 갓갓 등 검거된 주요 피의자들의 PC나 스마트폰 등에서 거래 내역이 나온다면 이후 수사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n번방 회원 아이디 1만5000개를 확보한 경찰은 이중 유료회원 40여 명을 입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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