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모실까 싸울까…국내 업계 우왕좌왕

이민재 / 2020-05-08 14:30:47
국내 이통사 '트래픽 먹는 하마' 넷플릭스에 망사용료 못 받아
넷플릭스 콘텐츠 제휴 염두에 둬야 해 전면전은 부담스러워
국내 콘텐츠업계 "망 사용료 내게하는 '넷플릭스법' 우리한테 불똥"

'트래픽 먹는 하마' 넷플릭스를 두고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망사용료 부과 등과 관련해서는 넷플릭스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콘텐츠 제휴를 위해 협력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한 넷플릭스 사용자가 테블릿PC로 넷플릭스를 실행시키고 있다. [뉴시스]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기업(CP)는 이제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망제공업체(ISP)에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 국내 업체의 망으로 이익을 내면서 정작 망 사용료는 내지 않는다는 '무임승차 논란'과 국내CP는 내는데 해외CP는 안 낸다는 '역차별 논란'을 두고 지난 수년 동안 지난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특수'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가 많아진 데다가 시청 시간도 증가해 ISP가 부담해야 하는 트래픽은 전보다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수요가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CP에 망사용료를 부담하게 하는 역차별 해소 법안(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7일 의결했다.

그러나 정작 이통3사는 마냥 넷플릭스에 총구를 겨누기 애매한 상황이다.

KT는 넷플릭스와 제휴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휴의 범위나 협상의 내용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KT가 넷플릭스와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가 계약을 하고 서비스를 먼저 한 선례를 고려할 때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인 올레tv와 자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실으려는 계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ISP로서 KT는 넷플릭스에 망사용료를 받아내야 하는 입장이지만, 올레tv나 시즌 같은 콘텐츠 제공자로서는 넷플릭스와의 협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

KT가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고민하는 단계라면, LG유플러스는 이미 넷플릭스와 한배를 탔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11월 중순부터 IPTV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독점 제공받아 재미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IPTV 매출은 전년 대비 16.6% 증가한 1323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가입자 또한 작년 한 해만 45만8000명(11.4%) 늘어난 447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또 LG유플러스는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2198억 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LG유플러스는 "IPTV와 초고속인터넷의 견조한 양적·질적 성장으로 스마트홈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8.1%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홈 수익'은 IPTV,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수익을 합산한 수익을 말한다.

사업 파트너가 된 마당에 넷플릭스에 망사용료를 내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긴 어려운 셈이다. 특히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맺은 독점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이후 파트너십 유지 여부 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가 맺은 계약이 올해 하반기에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3사 중에선 유일하게 SK텔레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사용료' 부과를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부터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망을 이용해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올리고 있어 이에 따른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망 사용료 갈등을 중재해 달라"며 재정 신청을 냈다. 이에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통신망 운영과 증설에 대한 대가를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SK텔레콤 측은 넷플릭스 측과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자사 OTT인 '웨이브'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 보강 등을 위한 '오월동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OTT 업계 특성상 무 자르듯 누구와 손잡고 누구와 손잡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특성상 넷플릭스를 영원한 적으로 돌리긴 어렵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하는 왓챠나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CP사도 넷플릭스에 '우리처럼 망사용료를 내라'며 견제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CP사가 ISP에 망사용료를 내게끔 법제화할 경우 국내CP에게 엉뚱한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통신망 품질 유지 의무는 통신망사업자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며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역차별 해소 법이 통과되면 ISP 측이 국내CP사에게 더 많은 사용료를, 더 강하게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망 품질 유지법은 오히려 국내CP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라며 "가령, 해당 법이 정착되면 CP사에게 서버설치 의무를 부과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ISP에 대한 국내CP의 협상력이 넷플릭스만큼 크지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전 세계 OTT업계 최상위 포식자인 넷플릭스는 망사용료 부과가 법제화가 돼도 ISP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호각을 겨룰 체급이 되지만 국내CP는 그러기 힘들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CP보다 ISP의 협상력이 크다"면서 "넷플릭스는 거대 해외 CP사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협상력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협상력이 낮은 국내 CP는 망 품질 유지와 관련한 ISP의 요구 대부분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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