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쳐온 모든 곳에 이재학 PD가 있었고, 저희가 곧 이 PD" 방송현장 비정규직 증언대회가 열렸다. 독립 PD, 방송작가, 드라마 스태프, 자막 CG 등 다양한 직군이 모여 방송계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털어놨다.
29일 오후 서울 마포FM 문화복합공간 플루토에서 '무늬만 프리랜서'란 제목으로 방송현장 비정규직 증언대회가 진행됐다.
대회는 CJB 청주방송의 고 이재학 PD 유족인 이대로 씨의 말로 시작했다.
CJB 청주방송의 이재학 PD는 청주방송에서 14년간 프리랜서로 근무하다 동료 프리랜서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건비 인상과 인원충원을 요구하다 지난 2월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는 말에 나선 이재학PD의 남동생 이대로 씨는 "막말로 감히 이런 바닥이 있는지는 상상도 못 했었다"며 "특히 다른 분야가 아니라 방송이나 언론계 쪽이 더 심한 게 크게 문제가 있지 않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저희 형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며 "형이 그렇게 바랐던 동료들 비정규직 청원에 관해서 이번 증언대회를 계기로 많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성길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는 제자들을 보며 알게 된 방송노동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 말했다.
김 교수는 "방송노동 비정규직에는 임금, 4대 보험 미적용, 도외시 되는 안전, 근로계약 없는 법적 지위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 피디 김 모 씨, 방송작가 최 모 씨, 드라마 스태프 이 모 씨, 자막 CG 윤 모 씨의 증언이 이어졌다.
방송작가 최 모 씨는 "제가 거쳐온 모든 곳에 이재학 PD가 있었고, 저희가 곧 이재학 PD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20여 년이 지났지만 전혀 변하지 않았고, 곳곳의 방송국에 이재학 피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직시하고 방송사를 비롯해 모두 이 문제를 개선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20년이 흘러도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내 문제를 바꾸어나가자고 강조했다.
드라마 스태프 이 모 씨는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가 죄책감이 없다고 하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방송현장 현실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잘못된 관행으로 하다 보니까 문제가 있다는 걸 어느 순간 잊어버린다"며 "그 현장이 매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침묵하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자막 CG 윤 모 씨는 "올해로 10년 차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다"며 주급으로 지급되는 월급과 이마저도 담당자에 따라 밀리는 현실을 지적했다. 아울러 고용불안에 떨었던 일들을 털어놨다.
한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드라마 현장 산업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며 드라마현장 산업안전과 관련해 시행한 설문조사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방송현장 스태프들은 제작환경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차량씬 촬영 중 렉카(구조차)에서 조명팀이 떨어졌다. 당시 안전 장비도 없었다. 어떻게 보상이 이뤄지는지 모른다", "현장에서 다쳐도 병원비만 받는다. 휴직급여는 없다" 등의 사례가 나왔다.
드라마 촬영장의 안전 보건과 관련해서 관리자에게 하고 싶은 말에는 "다치면 병원비 좀 달라", "촬영 스태프들을 소모품으로 생각지 말고 같은 사람으로 챙겨주길 바란다", " 스태프들의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등 안전에 대한 보장을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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