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비정규직 신음소리…일자리 줄고 고용 불안 가중

김지원 / 2020-04-24 16:41:30
제작 지연되며 무급휴가 강요당하거나 헐값 계약
근로계약서 작성 안해 고용유지지원금 등 배제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작지연으로 무급휴가, 퇴직을 강요당하는 등 방송계 비정규직 종사자의 처우가 더욱 열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방송계 관행상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가 지난 3월11일~3월19일 비정규직 방송계 종사자 821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대답한 이들은 30%로 나타났다.

▲ 방송스태프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플래카드의 모습.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제공]

불이익의 구체적 종류로는 무급휴가(34.94%), 보호장비 미지급 및 재택근무 거부(22.89%), 임금 삭감(17%)순 이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이 줄줄이 지연되며 일거리가 없는 방송 스태프들이 늘었다"며 "시차를 두고 영향이 더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영 독립PD 역시 "3월에 들어가기로 했던 촬영이 밀리다 결국 취소되고, 4월에 들어가기로 했던 드라마도 7월로 밀린 경우가 많다"며 "일이 없어짐에 따라 아예 방송 일을 접고 다른 일을 구한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방송 제작사 관계자는 "안전상의 이유로 녹화가 2주 정도 조금씩 밀린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이 멈춰서며 종사자들의 인건비가 더욱 낮아지는 현상도 관찰됐다.

김 PD는 "전부 제작이 멈춘 영화에 비해 그래도 드라마는 (방영 스케줄이 있으니)촬영을 한다"며 "그러다 보니 영화쪽 조명팀이 드라마로 넘어가서 일을 하는데, (이에)인건비를 낮춰서 헐값으로 계약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고용유지지원금 등의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방송 제작현장의 관행상 계약서 없이 구두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회사와 노동자를 위해 휴업급여의 4분의3을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프리랜서(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고용계약 형태를 묻는 질문에 '계약서 없이 구두 계약을 맺는다'는 응답은 40.19%(330명)에 달했다. 절반 꼴이다. '위탁, 개인도급, 집필 등을 비롯한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다'는 응답은 40.68%(334명)으로 나타났다. 근로계약을 한다는 응답은 11.08%(91명)에 불과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법률팀 이상혁 노무사는 "현재 고용유지지원금도 사용자가 신청을 해야하는데 근로계약서를 안 쓰는 곳에서는 신청을 하거나 보장을 할 확률도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제작 지연 등으로 인한 어려움에도 쉽사리 고충을 털어놓기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영 독립PD는 "사례가 많이 접수되고, 들리는 이야기가 많지만, 업계가 좁다보니 스케줄을 조금만 밝혀도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어 사정을 털어놓기 어려워들 하신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밝혔다.

이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지난 2일 성명서를 내고 방송 노동자의 동의 없는 일방적인 무급휴직을 중단할 것과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을 촉구했다. 아울러 방역 대책 없는 방송 프로그램 중단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지원

김지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