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강 해이가 심상치 않다. 국민들이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최근 군은 하극상, 성범죄, 음주운전 등의 추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육군에선 상병이 "힘들어 군 생활 못하겠다"며 여성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고, 해군에서 군함 최고지휘관인 함장이 여성 부하의 몸을 만지다 직위해제됐다. 또한 '박사방' 사건 공범인 육군 일병은 복무 중에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공군 사병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혐의로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코로나19로 회식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역 장교가 노래방에서 민간인 여성을 추행하는가 하면, 만취 상태로 길가에서 옷을 벗은 채 누워 잠을 자기도 했다. 여기에 간부들의 음주운전 관련 얘기도 들린다. 사병부터 간부까지 총체적인 난국이다.
군 내 하극상 범죄도 증가 추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육군으로부터 제출 받은 '2014~2019년 8월 기준, 군형법 제64조(상관모욕)에 따른 입건 현황에 따르면 육군에서 대(對)상관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상관 범죄로 인한 입건 건수(경합범 제외)는 2014년 19건이었지만 2015년 33건, 2016년 47건으로 점차 증가하기 시작해 2017년 121건, 2018년 133건에 달했다.
이런 사건들을 소수의 일탈이라고 치부해왔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의 '국방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군인(군무원 포함)의 음주운전에 대해 관련 훈령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한 경우가 35차례나 있었다. 여전히 느슨한 징계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수도방위사령부 예하부대와 진해해군사령부, 제주해군기지가 민간인에게 연달아 뚫리자 문재인 대통령이 군의 확고한 경계태세 확립을 주문했다. 또 정경두 국방장관도 직접 나서 일탈 행위에 대한 일벌백계를 경고했으나 군기 문란 행태가 근본적으로 고쳐질 지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해 주는 등의 병영 문화 개선 정책이 뭇매를 맞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군이 평화 무드에 취해 긴장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아무리 정책이 바뀌고 남북대치 상황이 예전과 다르더라도 군기 문란이 용인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군기는 군의 기본 중 기본이다.
군은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산다. 일탈 장병을 일벌백계해 군령을 세우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이렇게 기강이 문란한 군인들을 어떻게 믿고 나라를 맡길 수 있겠나. 앞선 시절 혹독한 군대생활을 경험했던 선배들은 요즘 군기 문란 뉴스를 들으며 '무늬만 군복'이라며 혀를 찰 것이다. 이러다 세계 5대군사 강국이 아니라 '당나라 군대' 소리나 듣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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