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낙찰제 폐지⋅IoT 융합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현장의 안전은 회사가 영속해 나가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이 '안전사고 원년'을 다짐하며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지난 1월 2일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사옥에서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안전기원행사'를 연 게 한 사장의 첫 업무였다. 그 자리에서 사업포트폴리오, 현장경영, 소통, 기업시민 등을 주요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지만, 첫머리에 올린 것은 역시 '안전'이었다.
건설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안전당국은 건설 사망사고를 막으려 연중 내내 현장을 상시·불시·특별 감독한다. 하지만 건설업 산재사망자는 매년 400~500여 명에 달한다. 전 업종 사고 사망자 중 건설 노동자가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건설 재해를 줄여야 우리나라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과거 '안전'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2018년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4명의 노동자를 포함해 한 해 동안 포스코건설 현장 사망자만 10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노동계가 꼽은 산업재해 최악의 기업으로 선정됐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사업장으로도 자주 언급돼 왔다.
한 사장이 '현장 안전'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고 사고를 예방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불명예' 또한 벗어나자는 취지다. 지난 1월 7일 해운대 엘시티 더샵에서 강풍으로 인해 유리창 한 개가 떨어지자 직접 나서서 '창문관리 실명담당제'를 도입했다. 2월 말까지 9121개에 달하는 창문 하나하나에 담당 직원을 지정해 관리한 것이다.
한 사장은 입주민과 인근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긴 데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설계와 시공에 문제가 없더라도 엘시티 더샵에서 발생하는 사안들은 시공사의 문제로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모두 인계하고 철수할 때까지 어떠한 형태의 사고나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사계약 하도급사 노동자 외에 설비공급 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 직불제를 시행 중이다. 공급 업체에 납품대금을 모두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외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임금이 지불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설비물품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포스코건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최저가 낙찰제'를 국내 건설사 최초로 폐지했다. 산업계 전반에 활용되는 최저가 낙찰제는 중소기업 간 출혈경쟁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공사를 따내기 위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저가를 써낸 뒤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시공 품질은 떨어지고 안전재해 발생 가능성도 높아져 해당 중소기업은 물론 원청회사까지 위험부담이 있었다.
대신 저가 제한 낙찰제를 도입했다. 내부적으로 기준금액을 정해 이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 입찰자를 배제하는 방식이다. 저가 제한 기준금액은 발주 예산 내에서 최저가를 제외한 입찰금액 평균과 발주 예산을 합산한 평균가의 80%로 산정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 폐지로 추가비용 부담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공사품질 저하, 안전사고 등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실시간 현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관리 기술을 개발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융합해 카메라, 드론, 폐쇄회로TV(CCTV) 등 스마트 안전기술로 모은 실시간 현장 정보를 스마트폰 등으로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비상 시 현장 노동자에게 알람이 전송되며, 안전조치를 바로 지시할 수 있다. 사무실과 현장의 관리자들이 안전정보를 공유하며 상호간 소통도 가능하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장 관리나 모니터링을 계속 진행하고 있고, 안전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제도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아직까지 사망사고 재해가 단 한 건 없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정부나 공단에서도 공법 개선 없이 단순하게 가격만 낮춘 방식의 최저가 낙찰제를 없애고, 적정 가격 낙찰제를 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현장 안전과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청업체 임금 직불제는 현장 안전에 간접적 효과가 있을 것이고, IoT 기술을 이용한 안전 시스템도 장기적으로는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건설업은 공사기간 단축 등 속전속결 심리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안전한 문화에 보다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시행 여부나 사고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포스코건설이 내놓은 방안은 시도 자체로도 분명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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