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찰 즉시항고 지휘 거부' 기소유예 처분 취소

주영민 / 2020-04-08 09:15:31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침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담당 공무원이 합당한 이유로 검찰의 지휘를 거부했다면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 헌법재판소 [정병혁 기자]


헌재는 검찰이 2017년 7월 즉시항고 지휘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과 관련해 "이 교육감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됐다"며 재판관 전원일치의견으로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헌재는 "이 교육감이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은 동기, 당시의 사회적 상황, 즉시항고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상고가 결국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교육감의 즉시항고는 오히려 교육감으로서 직무를 다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교육감처럼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공무원의 권한 행사에 대해 직무유기죄를 폭넓게 적용하면, 민주주의 또는 지방자치가 위축될 수 있다"며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 직무유기를 적용할 때는 더욱 엄격한 해석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직장의 무단 이탈이나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 할 구체적 위험성이 있을 때 성립한다.

헌재는 법령·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 근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에까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교육감 사건은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 교사가 광우병 쇠고기 사태와 관련해 총파업을 주도하는 등 파업참여 사업장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 원을 확정 받으면서 시작됐다.

A 교사는 유죄 확정 후 해임처분을 받았고, 이듬해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2심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봤다. A 교사는 2심 재판 중에 해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2심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광주고검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이 교육감에게 상고 및 즉시항고 제기를 지휘했다.

그러나 이 교육감은 진보·보수 교육단체 사이의 갈등을 조속히 봉합할 필요가 있고 1·2심에서 패소해 상고심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소송지휘에 기계적으로 따르는 건 행정력 낭비라는 상근 변호사 등의 자문을 받아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상고 제기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것만큼은 검찰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즉시항고만 포기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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