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장갑 끼고, 마스크 착용하고…총선 코로나 "물럿거라"

김광호 / 2020-04-03 17:16:12
4·15 총선 열흘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세 여전
시민들 "투표장 코로나 감염 걱정되지만 투표 꼭 할 것"
선관위, 발열체크 필수, 손소독제·비닐장갑 비치

"투표소에서 행여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봐 가기가 망설여집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지난 2일 오후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 마련된 모의 투표소에서 전문방역업체 관계자가 투표소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 40대 직장인 A씨는 4·15 총선을 열흘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투표를 하러 가야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확진자나 무증상 감염자들이 투표를 하러 와서 이들과 접촉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어 자꾸만 망설여진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모두 매번 빠지지 않고 참여해 왔기에 이번에도 투표장에 갈 생각이나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연일 100여 명 안팎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지 77일 만인 지난 5일 누적 확진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최근까지도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질 않자 이번 총선의 투표 참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유권자들의 '건강권'과 '참정권' 사이에 긴장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에서 '코로나19'에 제21대 총선 투표관리 특별대책을 추진해 안심 투표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정부는 지난 2일 투·개표소 전체 방역 소독과 이상 증상 유권자에 대한 임시 기표소 마련 방안 등 코로나19 관련 투표 대책을 발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우선 전국 1만3837개의 투표소 전체에 발열 체크 장비와 일회용 비닐장갑, 손소독제를 구비하기로 했다.

또한 투표자를 위한 방역 세부 지침도 마련했다. 투표자는 투표소 도착 즉시 체온을 재게 되고, 체온이 37.5도가 넘으면 별도로 마련된 임시 투표소로 보내진다.

체온을 잴 때부터 투표소에 입장할 때까지, 투표자들은 안내 요원의 지시에 따라 서로 1m 이상의 간격을 유지해야 된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1회용 비닐장갑을 껴야 하며, 손소독제도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만으로 과연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냐는 점이다. 특히 선거 사무원에게 신원을 확인할 때 쓰는 볼펜,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도장 등은 하루 종일 다른 투표자들과 돌려 써야 한다.

50대 자영업자인 B씨는 "투표할 때 제일 걱정되는 점이 투표대나 볼펜, 도장 등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써야하는 것"이라며 "투표소에서 아무리 거리두기를 잘 지켜도 혹시나 확진자가 썼던 물건에 접촉한다면 무용지물이 아니냐"며 우려했다.

20대 대학생 C씨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때에 전국민이 투표소로 모이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투표하러 갈 생각이지만 찜찜한게 사실"이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이에 선관위는 30분~1시간 간격으로 투표대와 투표함, 투표 도장을 소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에서 '코로나19'에 제21대 총선 투표관리 특별대책을 추진해 안심 투표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 개표 과정에서 수작업을 해야하는 개표 요원들에 대한 방역도 걱정거리다. 비례정당 난립으로 정당투표 용지 길이가 공직선거 개표에 사용하는 분류기 한도(34.9㎝)를 넘어 일일이 손으로 개표해야 하는 탓이다.

그러자 선관위는 개표 요원들에게 일반 비닐장갑이 아닌 수술용 라텍스 장갑을 나눠 주기로 했다. 다만 용지 훼손 등을 우려해 투표용지를 소독하는 방안은 배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갈 때 개인방역에 철저히 신경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투표할 수 있게 유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당부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투표소에 오는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을 꼭 해야 한다"면서 "투표소가 밀폐된 공간이기에 창문을 열어 환기를 자주 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거사무원들의 건강상태도 잘 체크해야하고 특히 개표요원들의 경우 수작업이기 때문에 직접 접촉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투표소에서 최대한 상대방과의 거리를 유지한 채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꼭 착용하고 투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심할 순 없지만 서로의 접촉을 피하고 방역 지침을 준수해야만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한편 자가 격리자와 확진자,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할 해외 입국자의 참정권 보장 방안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외부 치료기관에 있는 확진자들의 참정권 보장 방안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는 거소투표와 생활치료센터에 별도로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면서도 "자가 격리자의 경우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을 관계 기관과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정부와 선관위는 감염병예방법상 격리 규정을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일시 완화한 뒤, '자가격리자용 투표소'를 시도별로 한두 군데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병원에 입원 중인 격리자는 병실 밖 이동도 제한돼 있어 병원에는 사전특별투표소를 설치하지 않는다"며 "이분들에 대해서는 선거법 보다도 보건법이 우선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특별투표소를 설치하겠다고 정부에 건의했으나 보건당국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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