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호기심에 n번방 들어갔다면 사이코패스"
텔레그램 동영상 자동다운…접속만 해도 성범죄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한 텔레그램 '박사방' 등 이른바 'n번방 사건'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호기심에 방문한 이들의 처벌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n번방에서 눈팅(지켜보기)만 많이 했는데, 이것도 처벌을 받나요?'라는 글을 쉽게 찾아 볼수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해 6월에 호기심으로 들어갔다가 2개월 만에 탈퇴했는데 어제 텔레그램을 보니 방이 그대로 있더라'며 '너무 불안하고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텔레그램 추적 기술적 수사지원 태스크포스(TF)' 등을 만들어 n번방뿐 아니라 텔레그램·다크웹·음란사이트·웹하드 등 사이버성폭력 4대 유통망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인터넷에서 이 같은 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대화방 참여자들의 행위 수준과 입장 의도에 따라 차등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가담 정도나 관여 목적 등을 개별·구체적으로 따져 처벌 수위나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부추겼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호기심 등에 의해 방에 들어 왔는데 막상 적절하지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들에 대해선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며 국내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는 "호기심에 n번방 들어갔다면 사이코패스"라며 즉각 비판했다.
서 검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을 하다보면 수많은 범죄자들을 만난다"며 "그런데 만일 범죄자가 사람을 죽여놓고 '호기심에 그랬다'라거나, 사람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거나 괴롭혀놓고 '호기심에 그랬다'라거나, 사람을 지속적으로 스토킹해 일상을 파괴해놓고 '호기심에 그랬다'라거나, 사람을 강간하거나 성착취 해놓고 '호기심에 그랬다'라고 한다면 당연히 '판단을 달리' 해야죠"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럴 땐 '사이코패스'로 판단한다. 그걸 '놀이'로 했다면 더더욱"이라며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요? 영원한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 판단할 수밖에요. 호기심은 이렇게나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서 검사의 이 같은 지적은 호기심 때문에 n번방을 찾았다는 가담자들의 변명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가벼운 것인지를 일깨워 준다.
주지하다시피 n번방은 별도의 초대를 받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
최소 25만 원에서 최대 155만 원의 돈을 내야 하기에 단순한 호기심으로 n번방을 찾았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거나 유통(판매·배포·대여)하는 경우 아동·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11조 2항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2013년 법 개정 이후에는 단순 아동 음란물 소지만으로도 처벌 대상(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특히 텔레그램과 같은 메신저는 동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자동으로 다운로드 되는 경우가 있어 영상을 온라인 링크 등을 통해 단순히 시청만 했더라도 아청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호기심에 n번방을 찾은 가담자도 징역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하영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는 "텔레그램 내 성착취는 운영자 외에도 채팅방 참가자들이 합세, 집단적으로 성폭력을 공유하고 유포해 피해가 극심하다"며 "소지와 감상 모두 강력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현재 103명이다. 이중 20여 명은 미성년자다. 성범죄 특성상 아직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들을 포함하면 앞으로 피해자는 더욱 늘 공산이 크다.
또 현재까지 경찰에 입건된 피의자는 140명이다. 이 가운데 대화방 운영자는 29명에 달한다. 유포자는 14명이었고, 성착취물 등을 소지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도 97명이다.
애초 가담자 숫자는 26만 명으로 추정됐다. 호기심으로 치부하기엔 숫자가 너무 크다.
"호기심에 n번방 들어갔다면 사이코패스"라는 서 검사의 발언을 이 같은 변명을 준비하고 있는 가담자들이 곱씹어 봐야 할 때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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