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노부모 모신 '효심'들 면회 제한에 속이 탄다

김지원 / 2020-03-30 15:20:36
감염 확산 우려에 면회·방문 제한
기저질환 많아 코로나 감염 '위험'
50대 여성 A 씨는 요즘 요양병원에 있는 여든 살이 넘은 어머니를 보지 못해 불안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월부터 요양병원 방문 및 면회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까지 최근 고관절이 부러져 입원했다. A 씨 아버지가 입원한 곳 역시 코로나19로 토요일만 1명에 한해 방문을 허용한다. 점심시간 후엔 드나들 수 없게 문을 닫는다. 이에 A 씨는 양친 걱정에 잠을 설치는 밤이 늘었다.

실제 서울 소재 모 요양병원은 응급상황 발생 시에만 보호자의 방문을 허용했다. 해당 병원은 의료진들만 출퇴근 하고 간병인 역시 병원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코로나19확산으로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에 준수사항을 전달했다. 관련 내용에는 외부인 출입통제가 포함됐다.  사진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1명만 병문안이 가능케 한 한 병원의 보호자증 모습. [김지원 기자]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요양병원에 준수사항을 전달했다. 크게 △ 시설관리 △ 종사자(간병인)관리 △ 환자관리 등이다. 특히 시설관리에는 외부인 출입통제(병문안 금지)가 포함됐다.

이에 많은 보호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부모를 보지 못해 마음 졸이는 상황이다. A 씨는 "주변에 내 나이 대 친구들은 부모님 중 한 분은 요양병원에 계시는 경우가 많은데, 다들 부모님 상태를 살피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요양병원의 외부인 출입통제는 현실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지난 27일 대구 제이미주병원에서는 51명이나 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제이미주병원은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 대실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곳이다.

요양병원은 실내 집단생활을 하는데, 사람이 많이 모인 실내 공간은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크다.

게다가 일반 병원보다 한 병실에 수용하는 환자 수도 많다.

2017년 2월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신·증축된 요양병원은 한 병실에 침대를 6개 이상 둘 수 없게 했지만, 기존의 요양병원은 이 기준을 따를 의무가 없다. 이에 병실 하나에 침대가 10개가 넘는 경우도 많다.

2019년 보건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병실 하나에 침대(병상) 14개가 넘는 요양병원이 전국에 401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환자와 직원 등 7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서구 비산동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지난 3월 19일 오전 방호복을 착용한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요양병원 입원자의 대다수가 고령자에 기저질환자라는 점도 문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와 만성기저질환자는 면역 시스템이 노화돼 바이러스가 공격을 해도 맞서 싸우지 못해 열이 나거나 기침, 가래,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상당히 진행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치매나 뇌졸중 환자의 경우 맛이나 통증을 표현 못하니 설사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 번 코로나19가 침투가 되면 고령자, 만성기저질환자 위주라 증상이 안 나타나고 수십 명이 확진되는 상태가 비일비재하다"며 "고령자 사망자도 속출하고 그러다 보니 방문금지 같은 조치를 취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요양병원의 기존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코로나 19사태로 요양병원의 경우 극단적으로 문제가 드러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의 경우 감염관리가 잘 안되는 사각지대다"라며 "150 병상 이하는 법적으로 감염관리실이나 꼭 전문가를 둬야하는 상황이 아니라서 감염관리가 잘 안되는 등 단기간에 나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시스템적으로 요양병원의 경우 큰 빌딩에 여러 시설이 같이 있는 등 코로나19사태에서 이런 문제들이 극단적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가족 면회에 대해서는, 무조건적 금지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열이나 기침 증상도 없고 확진자 접촉도 안한 가족 구성원이라는 전제하에서, 가족 중 한 사람을 면회 할 수 있는 한 사람을 지정하고, 면회는 예외적으로 허용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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