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재외공관 선거업무 중지…투표율·선거에 미칠 영향은

장기현 / 2020-03-27 17:34:18
재외국민 투표율 '역대 최저' 불가피…'현지 개표' 주장
전문가 "미국서 투표율 낮아지면 통합당에 불리할 것"
4·15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걸으면서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거 과정에도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일부 재외공관이 선거 업무를 중지하기로 하면서, 1만8000여 명의 교민이 투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나비효과가 재외국민 투표율은 물론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17개국 23개 재외공관, 4월 6일까지 업무 중단

▲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30일 앞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실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점검하며 선거준비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코로나19 사태로 주이탈리아 대사관을 비롯해 17개국 23개 재외공관의 재외선거 업무를 다음달 6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상 지역은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필리핀, 미국령 괌, 콜롬비아 등이다. 앞서 선관위는 1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 재외선거 사무를 중지한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총선에 참여하기 위해 국외부재자 신고를 했거나 재외선거인 등록 신청을 한 국민 1만8392명의 투표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218조의29 제1항의 '천재지변 또는 전쟁·폭동,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재외선거를 실시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렇게 결정했다.

선관위는 "이 국가들에서는 전 국민 자가 격리와 전면 통행금지, 외출 제한 등의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며 "위반 시 벌금이나 구금 등 처벌돼 투표에 참여하는 재외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선관위는 현지 실정에 맞게 재외투표소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투표소 내 선거인 1m 이상 간격 유지, 소독용품 비치 등 코로나19 감염 예방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 대해서도 이런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경우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일리노이 주가 19일부터 '자택 대피령'을 내려 이동을 제한했다. 유권자 거주지마다 투표소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 경계를 넘는 것이 금지되면 공관이 없는 지역은 투표할 길이 막힐 수 있다.

투표율 역대 최저 전망…여당에 유리할까

이처럼 주요국의 재외선거 사무가 중지될 경우, 이번 총선에서 재외국민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투표 참여자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재외국민 유권자는 119개국 17만1959명으로, 국가별로는 미국이 4만562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2만1957명, 중국 2만549명 등이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재외국민 중 투표권을 가진 17만여 명 중 10%가 넘는 1만8000명이 투표를 못 한다는 것은 상당한 숫자가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라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투표율이 많이 떨어져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교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이런 조치가 취해지면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투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박 교수는 "투표율이 낮으면 지지 기반이 탄탄한 쪽이 더 유리한데, 촛불 혁명 이후 진보층 숫자가 더 많아지면서 이제는 반드시 보수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재외국민의 투표율이 낮으면 대체로 야당, 특히 미래통합당이 불리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미국 교민은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등 보수성향이 강해, 미국 재외국민 투표까지 제재가 들어가면 통합당에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개표' 대안도…..4월 11일까지 결정

▲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30일 앞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실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점검하며 선거준비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당초 재외선거 투표는 오는 4월 1일부터 6일까지 119개국, 205개 투표소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 선거가 이뤄지는 재외공관의 경우 '현지 개표'를 통해 결과를 국내에 통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23일 "사전투표 대신 4월 15일 당일에 투표하고 현지에서 수동 개표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한 번도 재외 공관에서 개표가 진행된 적이 없다.

선관위는 "최종적으로 국내 회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관에서 직접 개표하게 한다"면서 "늦어도 4월 11일까지 공관개표(현지 개표) 대상을 결정해 선거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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